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채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젊은작가상. 한국 소설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신인 작가들을 위한 상이라고 한다. 마음 같아선 7명의 7작품을 모두 글로 써내려가고 싶지만, 분량 문제상... 유독 기억에 남던 작품들 조금만 주저리를 해보겠다.

 

<별 세 개가 떨어지다> - 김채원

연락이 두절된 할아버지가 잘 계시나 걱정되어 찾아간 두 자매. 자매는 할아버지의 근황에 안심하고 며칠 더 머물기로 하는데, 머무는 동안 할아버지의 밭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 후에 ~하는 내용이다.

작품집의 첫문을 여는 소설인데, 처음부터 시체 유기라니. 소재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만큼 뒤에 등장할 소설들이 기대되는 장치의 역할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 소설을 읽으며 무언의 압박을 받는 기분이 계속 들었다. 시체에 대한 풀이는 전혀 없고 할아버지는 별 감흥도 없다는 듯이 밭에 묻자고 하는데, 논리적으로는 당장 놀래면서 경찰에 신고해야겠지만, 할아버지의 냉랭한 반응에 우리는 그저 따라가야 한다. 뇌에서는 이건 범죄라며 외치지만, 할아버지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몸은 시체 유기를 하고 있고 이거 어쩌지, 평생 비밀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주인공 자매들도 이게 진짜 맞나 싶은 반응을 보인다. 시체 유기와 비밀. 하면 안 되는 일인데 이미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압박감. 소설책을 피고 10장 만에 우리는 비밀이 생겼다.

구성적으로 초반에 모과 열매가 떨어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책에 모과 열매의 실사 사진이 같이 실려 있다. 소설에서 실사 사진이라니! 실사 사진 덕분에 뒤에 서술된 내용들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 함윤이

어느 산의 천문대에서 사람들이 계속 이상한 짓을 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확인차 천문대를 방문하는 노아와 녹원. 마주하게 된 사람들은 어느 종교 집단으로 보였는데, 생각보다 말도 잘 통하고 심지어 2주 뒤에 있을 큰 종교 행사에 참여하라고 선뜻 권유하기까지 한다. 그 행사는 다른 직원들이 보기엔 그저 방화에 불과하지만, 노아에게는 무언가 불을 지피게 한 듯하다.

소설, 영화, 드라마 등 수상한 짓거리를 하는 꼬롬한(?) 단체가 나오면, 보통 정신이 나갔거나~ 우주적인 존재를 섬긴다거나~ 사이비이거나~ 아무튼 코즈믹호러 혹은 공포스러운 내용이 나왔던 거 같다.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에도 사이비가 등장하긴 하지만, 사이비가 중심이 아니라 사이비 때문에 변화를 겪은 사람이 주인공이라니! 새로운 관점의 등장은 언제나 환영이다. 10장 정도 되는 짧은 소설이지만, 분량이 더 확보되었다면 한강의 <채식주의자>처럼 변화를 맞이한 주인공의 사건사고를 관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는 문득 자신이 집으로부터 아주 먼 곳에, 어머니 말대로 정말이지 낯선 장소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등뒤의 신축 건물부터 저 멀리에서 반짝이는 차와 집들의 불빛까지. 모든 것이 수상쩍고도 새삼스러웠다. “새로운 세상.” 노아는 중얼거렸다.” (318)

 

다시 돌아와서... 이 소설은 참 단어의 밀도를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 소설 속 사이비들 때문에 노아가 변한 것 같다곤 했지만, 그 변화를 그나마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사실 소설의 엔딩 부분이다. 물론 10장 정도 되는 짧은 소설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으니 말이다. 그 분량 속에서 작가는 노아의 새로운 세상.”이라는 한번에 중얼거림으로 노아에게 변화가 있음을 알린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우리는 찝찝해하고 뒤숭숭한 기분이 들며 자기 전에 막 생각나지 않는가. 새로운 세상. 그 밀도 있는 단어와 엔딩에 갇혀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