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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 김초엽의 3부작으로 구성된 sf 소설이다. 더스트라는 치명적인 먼지가 판치는 미래 세상이 배경이며 1부에서는 ‘모스바나’라는 급작스레 증식하기 시작한 식물을 연구하는 아영의 얘기. 2부는 더스트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내성종’ 자매, 나모이와 아마라가 프림 빌리지라는 마을에 도착하며 벌어지는 얘기. 3부는 아영과 두 자매가 만나며 밝혀지는 모스바나와 프림 빌리지의 진상에 관한 얘기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이 진행될수록 모여드는 재미가 있고, ‘지구의 허파’로 여겨지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꼭 필수적인 존재라 생각되는 식물이 인류 멸망의 원인이라는 설정도 아주 매력적이다.
“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82쪽)
• 멸망한 세상에서 끝내주는 대의를 가지고 인류를 재건하겠다는 거창함보다는 작디작은 약속과 기억, 사랑이 소박하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멸망한 이유도 그 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유에도 작은 따스함이 올라온다. 아마 가장 현실적인 흐름일 거다. 정녕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인류 재건이라는 강대한 뜻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라면 따뜻한 밥을 먹고 비를 피해 잘 집이 있고 친구와 가족이 옆에 있다면,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인류 존속이고 뭐고 됐다고 생각할 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 현대 사회의 사람들과 멸망 속 사람들의 생활에는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뭐가 옳은 건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세계를 말하는 것이 이상했다. 프림 빌리지 바깥의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인류 전체의 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그들은 우리를 착취하고 내팽개쳤다. 그 사실만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버려진 우리가 세계를 재건해야 할까.” (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