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가면 - 세번째 이야기
넬베르디 / 은하수미디어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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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부터 제목은 늘 들어 봤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초등학교 때 갈채라는 만화책을 봤었는데, 그 줄거리가 비슷하다. 우리가면의 아류작인가부다. 그림체는 캔디캔디와 똑같다. 이게 당시의 유행인가보다. (유리가면을 보면서 캔디캔디를 자주 떠올렸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고, 씩씩하고, 주변에는 꼭 시샘꾼이 나타나지만 이내 친구가 되고, 여러 사람들의 시선과 사랑을 받고 . . . )

나는 지하철을 자주 타고 다녀서 책은 꼭 지하철 안에서만 읽는다는 규칙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곤란했다. 다음권 다음권이 기다려져서 빨리빨리 책장을 넘어가게 했고, 밥 먹다가 붙잡고 한 권 읽고, 화장실 갈 때 들고 갔다가 한 권일고.... 현재까지 구할 수 있는 23권을 다 보고 나서야 이제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야가 공연 하는 연극을 볼 때마다 나도 같이 연극 한 편을 본 샘이니 여러 편의 연극을 봤다. 그럴 때 마다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는 마야가 연기를 배워가는 장면을 따라가며 나 역시도 연극을 배운 것 같다. 두 사람의 왕녀 연기를 할 때 아유미가 나올 땐 괜히 나도 음침해져 있었고, 마야가 나올 땐 또 웃으며 만화를 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만 살아있음을 느끼는 마야, 그리고 무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마야의 친구들, 부모님을 능가하고 혼자 서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하는 아유미, 홍천녀의 후계자를 찾기위해 (그것은 곧 그녀의 이쯔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죽어가는 몸도 돌보지 않는 쯔미가게 선생, 그리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미스미. ( 미스미는 뻔한 설정이지만 그래도 멋있다) 쯔미가게에 대한 사랑으로 그저 묵묵히 옆에만 있어주는 겐조, 등등등 많은 이들 덕분에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나는 책 읽는 걸 정말 좋아한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습관이다. 정신없이 내 머리속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다. 유리가면을 보면서는, 내 마음속도 조용히 귀를 기울여 봐야 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에 연극을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그 때는 '나 자신을 버린다' 라는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크으~ 그 때 유리가면을 봤었더라면 ^^

사족. '홍천녀' 하나를 두고 집요하게 달라붙어 있는 주인공들. 집요하게 연습시키는 쯔키가케 선생.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재주는 말할 것도 없고 연극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선사하는 작가(얼마나 집요하게 자료수집을 했을까...) 내가 일본인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또 한 번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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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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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예전에 제목은 본 듯 한데, 동생이 텔레비젼에 소개 된 걸 보고 사 온 모양이다. 지하철을 오가며 하루만에 다 읽었다. 10년전에 쓰여진 책이라 그런건지, 아님 요새 내가 여성 작가의 글을 많이 읽어서 그런건지, 위기철씨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멋을 부리지 않은 평범하고 단정한 문체가 글을 쉽게 읽어 내려가게 해 주었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어른의 세상을 보는 것 치곤 너무 똘똘한 아이이긴 하지만 작가도 언급했듯이 아홉 살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산동네 살면서 만난 다양한 이웃들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 목을 매어 버린 고시생, 혼자 사시사 조용히 돌아가신 할머니, 허풍쟁이 친구 신기종과 누나, 그리고 외팔이 고물장수, 가르치는 기계와도 같은 선생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여자짝꿍, '정의의 사나이'와도 같이 인생에 지침이 되어주신 가난한 아버지까지도 -을 통해 우리가 사는 작은 세상을 표현해 놓았으리라.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아홉 살 때 바라본 세상은 어땠을까? 그리고 지금 아홉 살짜리 꼬마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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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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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아이를 셋이나 낳고 전업 주부로 지내다가 40의 나이에 여성학과의 문을 두드려 여지껏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력 자체가 살아있는 여성학 교과서이다. 게다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청소는 포기하고 지저분하게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나. 수험생인 자식을 두고 중국에 갖다올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방임적 태도는 요즘의 과잉 교육 열기 속에 정말 용감한 사람이구나 하는 감탄이 들었다.

심하게 말하자면 아이들을 부모의 욕망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상황들을 종종 목격하는 요즘 아이들을 있는 그 자체로서 인정해 준다는 믿음이 얼마나 값진 것인다.

하루중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자식이 부모를 떠나 있지만 24시간 모두를 품안에 데리고 있으려 하고 그래서 마찰이 생기는 상황은 우리 집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기에 읽어가는 내내 어머나, 어머나 하는 감탄을 연발했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다른 생각이시겠지만)

물론 서울대 출신인 부모의 자식들은 당연히 부모 닮아서 머리가 좋을 것이고, 또 돈으로는 부유층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부모들의 학력과 직업, 그로인해 교류하는 사람들만으로도 대단한 문화자본을 가진 계층이기에 감히 책 제목을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이라고 지어서 다른 부모들이 자식을 믿지 못 하는 것으로 취급해 버리는 건 너무 거만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는 아니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간 저자의 활동 자체가 자신이 처한 물적 기반을 무시한채 잘난척 한 것이 아니었기에, 또 이 글을 읽는 나 또한 문화자본의 수혜를 당당히 거부하고 있지 못 하기에 그의 삶속에 녹아있는 여성주의를 충분히 인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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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전략 삼국지 - 전60권 - 흑백
요코야마 미쓰테루 지음 / 대현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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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삼국지를 읽게 된 계기는 순전히 주변의 영향이다. 고등학교때는 서울대 수석합격한 사람이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었다고 해서 부지런히 빌려다 읽었고, 또 이번에는 가르치는 아이들이 삼국지 얘기만 나오면 정신없이 인물들을 물어대는 통에 그에 부응하기 위해 읽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싸움얘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한번의 전쟁에서 수만명씩 죽어나가면 그 시체는 어디로 갔을까.. 정말 중국땅이 넓고 인구도 많은가보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하지만 역시 삼국지의 백미는 다양한 인간군상이다. 자신은 그러한 능력이 없는 듯 하지만 덕으로써 능력있는 자들을 끌어 모으는 유비나, 자신의 능력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조조. 순간적인 실수로 운명을 달리하는 장비나 관우.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배신자에게 당하는 여포, 한 번 주군을 만난 뒤 끝까지 충성을 버리지 않는 조자룡... 하나 하나의 캐릭터들에 대한 관찰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영웅담이 범하기 쉬운 실수는 역시 바로 인물, 영웅 중심의 사관이라 거다. 제갈공명이 죽은 뒤 힘없이 무너지는 촉군, 덕을 가진 유비와는 달리 맹탕맹탕한 유선.. 이러한 서술들은 과연 인물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하며 무릎을 치게 한다.

하지만 역사의 거대한 움직임이 결국은 어느 영웅 누군가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은 밑바닥에서 묵묵히 바뀌를 끄는 자들의 노고를 잊어버릴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적벽대전의 등장인물은 제갈공명이나 조조만이 아니라 궤멸당한 조조의 군사 20만명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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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전10권 세트 - 반양장본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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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할 때는 역사적 사실들이 그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규정짓는가에 중점을 두어 공부하게 된다. 즉 '역사발전'이라는 전제아래 인간사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빼먹지 않는 말이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피지배층, 민중들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생산을 담당하는 주체이므로) 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들의 생동감은 찾기 어렵다. 나는 그 갈증을 역사소설을 통해 해소하곤 한다. 한강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승만은 독재자, 박정희도 독재자. 그들이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이 한강을 통해서 알수 있었다.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정책들이 민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하는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 아버지가 살아 오신 이야기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보리 두말 지고 서울로 올라오신 아버지는 이촌향도의 전형적인 모델이고, 고시 공부 하느라 속이 바짝바짝 탔다는 친구 아버지의 얘기는 소설속 주인공의 이야기와 같다. 60, 70 년대 민중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은 숨가쁘게 책장을 넘어가게 한다. '아.. 그때도 사람이 살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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