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매시간 기록하지 않으면, 우리의 머릿속은 하루의 시간을 뭉뚱그려 기억한 다음 대략적으로 ‘오늘은 바쁜 하루였어’, ‘오늘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왜 한 일은 이것밖에 없지?’와 같은 식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딱히 개선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매일 저녁 ‘팩트 폭력’을 당하다 보면 행동이 의식적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다.
누가 시켜서 강제로 바뀌는 게 아니라, 필요성을 직접 확인하고 반성하고 개선하면 진짜 내 습관이 되는 것이다.
시간 관리에 대한 책을 수백 번 읽는 것보다 데일리 플래너를 한 달 직접 써보는 게 시간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데일리 플래너를 쓰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다. 매시간 잊지 않고 기록하는 것은 처음 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중간 중간 기록하는 것을 잊어도, 완벽하게 쓰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해나가는 것이 포인트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버티면 기록이 숨 쉬듯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온다.
그날이 오면 처음 플래너를 쓰기로 다짐하고 버틴 나 자신에게 분명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하루 중 내가 쓸 수 있는 여유 시간을 모두 기록해본다.
어느 시간에 어떤 일을 할지 계획을 세우려면, 일단 여유 시간부터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로, 남들보다 조금 늦은 편이라, 오전에 2시간 정도, 퇴근 후의 3시간 정도가 확보 가능하다.
9시에 출근을 하더라도 직장과의 거리에 따라 여유 시간은 달라질 것이다. 만약 통근 시간이 길다면 저녁 시간만 확보해도 충분하다.
특히 나는 산만하고 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시간표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더 허둥지둥한다.
그래서 해야 할 일들을 단순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시간표를 짜고 그대로 따르는 것을 선택했다.
엄청나게 두껍고 복잡한 전공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찾기 위해 색인을 만들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릴 때는 주어진 시간표가 답답하고, 족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아진 지금은 이렇게 체계적으로 구성한 일정이 있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그때그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어수선한 일상을 사는 것보다 시간별 목표를 잘 계획해놓고 그대로 따라가는 삶이 단순하고 좋다
옷을 사고 매일 아침 입을 옷을 고르는 일, 새로 나온 화장품이 뭐가 있는지 구경하는 일, 뭐 먹을까 고르는 일 등 선택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은 내 삶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뭐하러 그까짓 몇 분까지 아끼면서 사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작은 시간이 모이면 꽤 긴 시간이 된다.
선택에 대한 고민은 시간뿐만 아니라 꽤 많은 체력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더 가치 있는 일에 고민할 힘을 비축하는 것이 좋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이 없다면 진짜 시간이 없는 것인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덜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할 용기가 없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게으른 생활의 편안함을 포기할 용기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혹은 노력하지 않으면서 그저 시간이 없다며 너무 쉽게 단념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중요한 일을 중심으로 다른 모든 중요하지 않은 자질구레한 일은 삭제해보자.
시간 관리의 가장 큰 적은 휴식 시간이 아니라, 제대로 쉬지도, 제대로 일하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지나간 시간이다.
이렇게 지나간 시간은 그냥 내 인생에서 삭제된 시간이다. 이렇게 삭제된 시간을 모두 합쳐보면 억울하고 아까운 기분이 들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새는 시간이 없나 문지기처럼 내 시간을 지켜야 한다.
목적도 없는 일을 멍하니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늘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감독하는 일은 습관이 될 때까지 힘들 수밖에 없다.
또 내가 어떤 상황에서 주로 시간을 줄줄 버리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 못 차리고 시간이 훅 지나가는 일의 리스트를 미리 가지고 있어야 그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다.
뭔가를 준비한다는 명목 아래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시간을 정해두고 고민하는 것이다
실행에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최소한의 정보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시작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순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순 있다.
_ 카를 바르트
루틴 만들기 3단계
1단계 작게 만들기
2단계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하기
3단계 일정 시간 버티기
루틴이 될 때까지 일정 시간은 힘들어도 어떻게든 유지해내야 새로운 루틴이 만들어진다
생각하는 나는 어른이지만, 행동하는 나는 어린 아이
내가 비록 사회생활 N년차의 어엿한 사회인이라도 루틴을 만들 때의 나는 초등학생 정도의 자아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모든 일을 아주 쉬운 일로 만들어서, 떠먹여주고, 잘 달래줘야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어렵고 위대한 일이라도 결국은 작은 일로부터 나온다.
작은 일을 잘 해야만 큰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큰 일이 넘어야 하는 높은 벽이라면, 작은 일을 루틴으로 만드는 건 사다리를 만드는 일 같은 것이다.
사다리를 놓을 생각도 없이 높은 벽을 매일 쳐다보면서 ‘남들은 잘만 하는데, 나는 왜 이것도 못 넘을까?’ 하고 좌절만 반복하는 사람이 많다.
큰일을 잘 해내는 사람은 장대높이뛰기 선수처럼 엄청난 무언가를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사다리를 성실하게 만들어놓은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