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도 있다. 생선에도 있다. 말에도 있다. 그러나 꽃을 꺾지 않으면, 생선을 물지 않으면, 말을 귀에 담지 않으면 가시에 찔릴 염려는 없다.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가시가 내게 덤비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런데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죽었다고 말한다.

가시가 무서워 죽었어. 가시에 찔릴 것 같아 죽었어. 가시를 피하다 죽었어. 이런 문장을 걸어둔 무덤은 없다. 그래, 가시는 피하는 게 아니라 찔리는 거다.

가끔 찔리는 거다. 따끔 찔리는 거다.

찔리면 피 몇 방울 뚝뚝 내주고 앞으로 또 앞으로 가는 거다. 반창고가 있다. 후시딘도 있다

#25 가위

두 개의 칼. 두 개의 칼이 누군가를 공격하려면 먼저 마음을 모아야 한다.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오차 없는 동 타임에 양쪽에서 치고 들어가야 보기 좋게 상대를 두 동강 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두 개의 몸이 하나의 마음 갖는 일이다. 그래서 가위는 칼 두 개를 한몸에 붙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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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1-06-06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펜덕에서 판매하는 깃털펜이네요!! 분위기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