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왼발 - 여섯 작가의 인생 분투기
김미옥 외 지음 / 파람북 / 2025년 4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태어나서 열심히 성공한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이 세상이 혼란스러운가.
수많은 성공의 공식들은 오늘도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떠올랐던 '왼발'에 대한 이미지,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였다.
자신을 마이너라고 말하는 작가님, 좋지만 안 나가는 책들과 빛을 보지 못한 작가들, 작은 출판사의 도서들만 골라 독후감을 쓰셨던 작가님이 필진을 대표하여 서문에 쓰신 내용은 타인의 성공담이 가려져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처럼 치부되었던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의' 왼발에 관한 이야기였다.
김미옥 작가는 스스로를 믿고 땀의 의미를 믿으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이 어지러운 세계에서 삶의 지탱하는 이유는 바로 실패에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최대의 목표를 잡은 김미옥 작가는 그토록 요원하게만 보이는 '평범함'을 이뤄냈다. 누군가 이사할 때 트럭이 왼발 위로 지나갔다. 치료받지 못해 날이 궂은 날은 통증이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고 실패 덕분에, 세상을 좀 더 치열하고 날카롭게 보는 방법을 배웠다. 그녀의 왼발은 삶의 경종이었고,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마다 먼저 아팠다. 고통과 좌절을 이겨내고 왼발을 위기 탈출의 신호로 생각하게 된 것이 어쩌면 그녀의 평범한 삶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서찬 작가는 가족의 해체와 그 속에서 살아남는 감정을 그린다. 작가의 아버지는 사이비종교에 빠져 10년 넘게 연락이 없었는데 클래식으로 키운 배추를 들고 찾아왔다. 20년 전 집안의 모든 돈을 들고 집을 나갔던 아빠, 작가는 이단 종교집단을 미행하고, 기사를 쓰느라 인생을 허비했다. 아빠는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작가 앞에 나타날까? 남편 K는 비트코인과 주식에 손을 댔다. 미수금을 끌어 썼고 결과는 처참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제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고 들어오면 명치가 아프다고 밤새 끙끙 앓았다. 이주 공사에 상담을 하고 정어리 통조림 공장으로 갔지만 돌아와 버렸고 빚만 남았으며 전세금을 빼서 시골로 이사했다. 돌려 받지 못하는 돈은 남편의 우울증 치료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정배 작가의 '내 이름은 Hz입니다'는 문학을 향한 열망과 자아의 흔들림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이야기다. ‘무명가수’처럼 누군가를 닮아가다 문득 자신만의 목소리를 꿈꾸게 된 시인의 여정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다. “HERO와 ZERO는 한 글자 차이”라는 말처럼, 그는 스스로의 미미한 존재감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꿈을 붙든다. 나만의 주파수(Hertz)를 찾는다는 표현은,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는 모든 이에게 울림이 있다.
김승일 시인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아픈 기억을 딛고 시를 쓰고 강연을 다닌다. 별을 좋아하는 학생이었고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별을 바라볼 때 어떤 시적인 현상이 생겼는데 과학이 아니고 문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영재반에 들어갈 정도였는데 수학 때문에 과학자의 꿈도 접었지만 시를 잘 쓴다는 선생님의 한 마디에 지금은 시인이 되었다.
박지음 작가는 '바리데기'에서 위로 딸을 다섯쯤 낳고 오빠가 태어났는데 형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저자가 태어났는데 또 딸이어서 버려질 뻔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엄마는 여자는 남편 보필하고, 아이들 잘 키우는 주부로 거듭나라고 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저자는 엄마들의 반대가 우리를 키웠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반대하지 않았다면 어느 순간 작가라는 꿈을 접고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실패없는 삶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공담들 속에 실제로 절망이나 실패는 없었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나의 실패를, 나의 왼발을, 눈물로 채우지 않고, 땀으로 덮어가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의 삶은 대부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