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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그림자'로 대변되는 것은 바로 진정한 자신이었다. 안데르센의 '그림자'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잔뜩 묻어있다.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란, 그것이 중년이라도 어려운 모양이다. 유년, 청년에는 그것이 중년이나 노년이 되면 어느 정도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으레 짐작해보며 애써 그것들을 시간의 힘에 기대어보는 것으로 돌리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 자신을 제대로 대면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체, 체화된 지식이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이라 믿으며, 에고가 세상에 투사한 공개적이고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자기인 페르소나에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살아오던 순간이 중년 전이라면, 중년엔 그것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음을 직감하게 된다. 안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간 거짓 자아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그것들을 깡그리 부서뜨리고 온전한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자신을 향한 질문들을 쏟아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죽음 사이에서 남은 시간들을 나를 위해서 살아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숙명 같은 시간이 바로 중년이었다.
나는 누구일까? 나일까? 그림자일까? 안데르센이 이 책 '그림자'에서 진정으로 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속에 늘 도사리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나는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 대상으로 출판된 책이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읽는 내내 이 문장의 뜻은 무엇일까를 계속 질문하게 되었고, 나는 내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했는가, 나는 나의 그림자를 인정하는가.를 계속 반문하게 되었다.
안데르센의 철학적인 묵직한 멘트들이 고정순 작가의 그림을 만나며 더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무채색으로 대변되는 그림자를 지속적으로 대하게 되면서 어둡긴 했지만, 결국에는 어두운 것에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데르센의 아버지의 꿈이었다는 학자, 주인공이 그림자와 이중적으로 계속해서 표현되는 부분들이 매력적이었고, 안데르센 자신의 생각이 많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참 좋았던 그림책이었다.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