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이 책은 책의 소개글부터 한글자씩 가슴에 품고 잠이 들고 싶을 지경의 나 자체인 책이다. 내가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닫는다. 약속이 취소되고 나서야 그때의 내 기분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그때의 기분이 늘 항상 좋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나쁘지도 않다. 전형적인 집순이인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한번씩은 미치도록 사람이 그리웠지만 그것도 약속을 잡는 것과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몇번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약속을 잡았는데 그것이 취소되었을 때 그게 서운하지 않고 공짜로 생긴 뜻밖의 하루가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야기이다. 쉽사리 꺼내기 어려웠던 보편적이고 적당한 감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약속이 취소되서 공으로 생긴 하루를 빗대 이야기하고 있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내가 혼자있는 것을 많이 즐기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인정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외로운 것과 감정이 홀가분한 것 사이에서 늘 저울질을 해왔던 걸까. 그래도 혼자있는 쪽을 많이 선택했던 걸 보면 감정이 홀가분한 것이 외로운 것보다는 컸던 모양이다.

이 책에 종종 등장하는 평범함 보편성이란 사실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더 나다워지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했고, 그 내면의 소리를 듣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필요했다. 그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그것이 참 중요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보편적인 것들과 실제 자신과의 차이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꼭 이뤄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대로가 참 좋다. 아무도 없지만, 혼자이지만,,, 누구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순간. 혼자 현재의 감정들에 질문하고 많이 느끼는 삶은 조용하고 주도적이다. 오늘을 살아갈 힘은 이런 대화에서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혼자서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것 또한 아주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순간, 찰나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가지런하게 정돈해 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칭 타칭 '실내형 인간'인 사람들이 오늘이 주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특별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기에. 그저 우리이기에 의미를 갖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