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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9호 : 탈성장을 향해
재단법인 여해와함께 편집부 지음 / 여해와함께(잡지) / 2023년 9월
평점 :
다양한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논하며 생각을 모으는 잡지.
건축가, 시인, 경제학자, 순환경제연구소장, 대학교수, 정책연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탈성장'을 주제로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탈성장이란 말 그대로 그만 성장하자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에서 과도한 상태가 다시 균형을 잡아가듯이 경제를 비롯한 사회체제 역시 정상적인, 지속가능한 상태로의 전환을 통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편집자는 이야기한다.
20세기 이후 태어난 전 인류가 성장하지 않는 경제를 경험하지 못했다.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자유국가도 복지국가도 성장을 전제로 꾸려져왔다.
탈성장의 경제는 그동안 잘못 이해한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억압했던 자연과 돌봄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반영해 새판을 짜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 책의 커버에는 러버덕이 그려져 있다. 커버스토리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태평양 한 지점에서 풀려난 러버덕, 그것은 분명 비극적인 일이었지만, 해양학자들에겐 해류를 해석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자료가 되었다. 이는 표류하는 사물들의 신기하고 재미난 여정들을 보여준다. 지구는 이어져 있었다.
4.3사건에 희생된 주검을 이동시킨 것은 대마난류였다. 우리의 라이터가 일본 해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연속적인 사물의 순환 속에서 사람들은 라이터를 매개로 형성된 관계를 무려 연대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다.
이 해류의 이야기는 우리가 연결되기 윟해서는 하나가 아니라 복수여야 하며, 단절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러버덕과 라이터 이야기에서 변화라는 것이 단절적인 균열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생각의 과정들을 보면서 놀랐다.
연결과 단절은 그렇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탈성장을 몸에 적용한 예도 흥미로웠다.
일을 하는 몸과 돌보는 몸은 서로 다르다.
성장중심사회에서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몸,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해내는 몸을 정상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몸 돌봄, 타자 돌본, 먹거리 마련에 맞춰진 몸은 이런 사회에서는 생존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이 글을 적은 분은 스페인의 자치대학교에서 온라인 석사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탈성장적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본인의 바쁜 일보다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메일 답장은 일주일이 걸리지만, 개강하면 수업부머 듣고 행정절차는 나중에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업도 녹화영상으로 볼 수 있고, 과제물의 제출 기간을 조정해주기도 한다. 분명 성장 관점에서보면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탈성장하는 몸을 기준으로는 이렇게 설계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리라.
'탈성장'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춰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많은 거리들을 주고 있어서 유익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들이 존재했다. 성장에 관련된 일과 그렇지 탈성장을 위한 일들의 균형점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