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떠 있는 것 같아도 비상하고 있다네 세트 - 전2권 쓰는 기쁨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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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유의 언어를 넘어 정념과 아름다움, 고통과 황홀의 언어로 자신을 드러낸 니체의 시는 철학자의 단단한 껍질 안에 숨은 시인의 심장을 보여준다.

프리디리히 니체의 시를 모아놓은 필사집인 이 책은 '사랑 고백'시의 한 구를 제목으로 삼았다.

그 조용하고도 격렬한 심장의 박동을 한 편 한 편의 시에 담아두고 따라 써보는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니체의 시는 낭만적이면서도 격정적이고, 고독하면서도 격렬한 사랑을 품고 있다.

그는 신을 잃은 시대의 공허를 노래하면서도, 스스로 신이 되려는 인간의 위태로운 열망을 시로 그린다.

문장마다 고독이 배어 있고, 구절마다 절망과 구원이 맞붙는다.

읽다 보면, 니체의 시는 단순한 시가 아니라 일종의 독백이고, 자기 존재를 파헤치는 고백처럼 느껴진다.

그는 사유를 외치는 대신,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사유가 지쳐버린 그곳에서, 시는 시작된다.

때로는 그것이 마지막 희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나의 그림자와 함께 걷는다.

나는 나의 태양을 그리워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그림자와 동행하고 있지만, 니체는 그 그림자마저 끌어안고 끝내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니체는 늘 멀리 걸었다. 세상의 표정에 물들지 않으려, 남들과 섞이지 않으려, 자신이 되어가기 위해 그는 고독을 택했다. 「고독한 자」라는 시가 좋았다.

이 시는 선택의 길 위에서, 그가 어떤 풍경을 보고 어떤 심장을 달래며 걸어왔는지를 들려준다.

그 시의 끝자락에 이르러 그는 말한다.

“그 길은 결국 나에게로 간다.”


이 한 문장이 가슴 깊숙이 내려앉는다.

수많은 사유와 부정과 외침 속에서, 결국 그 모든 여정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는 자각.

그것은 단순한 자기애도, 체념도 아니다.

니체에게 ‘나’는 도달해야 할 대상이고,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방랑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을 찢는 고통일지라도.

이 시를 읽으며 떠오른 이미지는 한 인간이 거센 바람 속에서 외로움을 꽉 움켜쥔 채, 낯선 풍경을 헤쳐 걷는 모습이다.

누구도 그를 기다려주지 않고, 누구도 손을 잡아주지 않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의 발걸음은 결국, ‘나’라는 도달점에 다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어떤 존재다.

니체의 시는 철학처럼 사유를 요구하지만, 동시에 뜨겁다.

그는 이성보다 먼저 가슴을 흔들고, 사상의 껍질 아래서 뜨거운 심장을 꺼내 보여준다.

특히 이 시에서는 고독이 단지 외로움이 아니라, 존재를 진동시키는 통과의례임을 보여준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시작일지 모른다.

그는 혼잣말처럼 시를 쓴다.

하지만 그 말들은 기이하게도 우리의 내면에 닿는다. '결국 나에게로 간다'는 그 한 줄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아닐까?

우회하고, 떠나고, 잊히고, 흩어져도 결국 우리는 다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더 낡고, 더 아프고, 그러나 어쩌면 조금 더 진실해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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