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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소설 전집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6
이상 지음, 신범순 해설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11월
평점 :
이상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참 많이 들어봤습니다. 한국 문학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이지요. 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대표작인 ‘날개」’정도만 떠오르더라구요. 다른 작품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 이상 소설 전집 ‘날개’를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에는 이상의 소설 16편이 담겨 있습니다. 작품을 실제로 집필한 시기를 기준으로 배열해 작가의 문학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가장 익숙한 작품은 역시 ‘날개’입니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도 세상과 동떨어진 듯 방 안에 머무는 주인공. 무기력한 그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 어쩐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날개가 돋기를 바라는 장면에서는 지금의 삶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제목만 알고 있던 작품을 직접 읽으니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더라구요.
‘봉별기’와 ‘지주회시’에서는 금홍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복잡한 감정과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상처를 주고, 가까이 있으면서도 마음을 온전히 나누지 못하는 관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2월 12일’은 이상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처음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이후의 작품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지도의 암실’은 인간과 문명을 독특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도 이상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
‘공포의 기록’에는 생활의 궁핍과 불안이 담겨 있고, ‘불행한 계승’에서도 삶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황소와 독깨비’는 이상의 유일한 동화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렵고 독특한 작품을 쓴 작가에게 동화도 있었다니, 제가 알고 있던 이상과는 또 다른 모습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환시기’와 ‘동해’에서는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와 관계를, ‘종생기’에서는 죽음을 의식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글쓰기를 마주했던 작가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실화’,‘단발’, ‘김유정’ 등 사후에 공개된 작품까지 실려 있어, 대표작 몇 편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이상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는 낯선 어휘와 표현을 설명하는 주석도 달려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있었고, 몇 번을 읽어도 뜻이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낯섦 때문에 오히려 문장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상의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독특하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익숙한 일상 속에 어떤 모순이 숨어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어려운 문장 속에서도 사람의 외로움과 불안, 자유를 향한 마음 같은 것들이 조금씩 느껴졌습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날개’ 한 편으로만 알고 있던 이상을 조금 더 넓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든 작품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함께 읽으니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꼭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몰랐던 세계를 만나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마음에 담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조금은 낯설고 어렵지만, 그래서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책. 이상 소설 전집 ‘날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