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32
호메로스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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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하면서 오디세우스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저도 영화가 궁금했지만 이번에는 영화 대신 책을 선택했습니다.
어릴 때 한 번 읽었던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거든요.

사실 어릴 때 읽었던 내용이 자세하게 기억나는 것은 아니에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 가지 모험을 겪는 이야기였다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도 만나고, 키르케도 만나고, 세이렌의 노래도 듣게 되고, 스킬라와 카륍디스 같은 무서운 존재들도 만납니다.

그리스 신화를 잘 모르는 저는 이름부터 조금 어려웠어요. 읽다가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래도 그냥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이번에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그렇게 많은 모험을 하면서도 결국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도 집에 돌아가는 데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전쟁까지 10년을 했으니 정말 긴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오디세우스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동료들도 잃고, 자신의 실수 때문에 더 힘든 일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완벽한 영웅이라기보다는 실수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좋았습니다.

완벽해서 모든 일을 잘해낸 사람이 아니라, 잘못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면서 그래도 다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지금의 제 눈에는 더 인간적으로 보였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는 오디세우스뿐 아니라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도 많이 생각났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특히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편을 기다린 페넬로페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어요.

어릴 때 읽었을 때는 아마 오디세우스가 어떤 모험을 하는지가 재미있었을 텐데, 지금 다시 읽으니 모험보다는 기다림과 귀향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가고 싶었던 곳은 새로운 왕국도 아니고 아주 특별한 곳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고향 이타카였고, 그곳에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저도 요즘은 멀리 있는 특별한 것보다 익숙한 일상과 편안한 집이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매일 비슷하게 흘러가는 하루도 지나고 보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인지 오디세우스가 왜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는지 예전보다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오디세이』를 읽다 보니 우리 인생도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계획했던 대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끔은 내가 생각했던 길과 전혀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니까요.

길을 잃기도 하고, 한참 돌아가기도 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고요.

저도 살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의 긴 방랑이 아주 오래전 이야기인데도 조금 낯설지 않았습니다.

길을 잃어본 사람,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 다시 시작해본 사람이라면 조금은 자기 이야기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같은 책도 내가 어떤 시간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였던 책이 지금은 집과 가족, 기다림과 돌아갈 곳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어보는 것도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보이기도 하고, 별로 마음에 남지 않았던 문장이 어느 날은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하니까요.

280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지금의 제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마음은 아주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누구나 살면서 길을 잃기도 하고, 힘든 일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잠시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결국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책으로 먼저 오디세우스를 만났으니 영화 속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릴 때 읽었던 『오디세이』와 지금 다시 읽은 『오디세이』는 같은 이야기였지만, 제게 남은 느낌은 조금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이 보였다면 지금은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곳과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마음에 남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저도 조용히 생각해봅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조금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많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과 돌아가고 싶은 곳을 잊지 않고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그곳에 닿을 수 있겠지요.

오래전 읽었던 책을 지금의 마음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어서, 이번 <오디세이>읽기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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