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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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건이나 범죄를 다룬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은 아닌데, 제목이 눈에 들어와서 읽어보게 된 책입니다.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실제 사건들을 소개하는 책이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에는 여러 사건이 등장합니다. 오래된 미제사건부터 살인사건, 마약사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범죄까지 다양합니다. 사건마다 내용이 달라서 한 편씩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어요.

특히 처음에 나오는 ‘파란 우산, 노란 모자, 미니스커트’ 이야기는 제목부터 무슨 사건일까 궁금했습니다. 형사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오래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저는 수사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형사가 멋지게 범인을 추리해서 찾아내는 모습을 먼저 떠올렸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실제 수사는 그런 모습과는 꽤 다른 것 같았습니다.

작은 단서 하나를 찾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증거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눈에 띄는 단서가 없으면 기다리면서 다시 처음부터 살펴보기도 하고요.

어쩌면 아주 지루해 보일 수도 있는 과정을 끝까지 해내야 하는 일이 수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 중 하나는 사체 주변에 케첩과 마요네즈, 겨잣가루가 흩어져 있던 사건이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도대체 왜 이런 모습으로 사건 현장이 만들어졌을까 싶었는데, 그 이상한 현장에서도 형사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단서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사망한 아버지에게 아들이 보낸 편지까지 찾아내면서 용의자를 좁혀가는 과정을 보니 정말 작은 것 하나도 수사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마약 사건을 읽을 때는 조금 놀랐습니다.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막연히 우리와는 아주 다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마약 운반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그 부분에서는 정말 범죄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라인을 이용한 범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편리한 만큼 그곳에서도 새로운 범죄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남았던 건 범죄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형사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형사들도 결국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 텐데 끔찍한 사건 현장을 계속 마주하고, 밤을 새워 범인을 쫓고,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사건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책을 읽다 보면 형사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유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나쁜 사람이니까 잡아야 한다.’
‘억울한 사람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어쩌면 이런 단순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힘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고, 사건을 분석할 만큼 잘 아는 사람도 아니라서 이 책을 읽고 멋진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그냥 읽으면서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형사들은 이런 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구나.’ 하며 따라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뉴스에서 보던 사건들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결과만 잠깐 보고 지나가지만, 그 뒤에서는 누군가 오랫동안 증거를 찾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건 하나가 해결되기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왜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인지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범죄가 꼭 영화 속 이야기나 뉴스 속 먼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아무 일 없이 보내고 있는 평범한 하루가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을 읽는 책이라기보다, 사건 뒤에서 묵묵히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서툰 독자인 제가 읽기에도 사건 하나하나가 궁금해서 다음 이야기를 계속 넘겨보게 되었고, 책을 덮은 뒤에는 형사들의 끈기와 책임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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