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 - 클래식 무대 뒤, 오케스트라 악보를 둘러싼 세계
김보람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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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을 잘 아는 편이 아니라서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걱정이 되더라구요^^;;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제목부터 왠지 음악에 대해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 같았거든요. 베토벤이나 말러, 브루크너 같은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들의 음악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오케스트라 공연을 봐도 지휘자가 지휘하고 연주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정도만 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처음 알게 된 직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악보위원이라는 직업이에요.

사실 악보위원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연주할 곡이 정해지면 악보를 준비해서 연주자들에게 나눠주는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더라고요.

악보 하나를 준비하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일이 필요했습니다. 같은 곡이라도 여러 판본의 악보가 있을 수 있고, 그중 어떤 악보를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해요. 악보에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지휘자의 해석을 연주자들의 악보에 반영하기도 하고요.

저는 악보는 그냥 음표가 적혀 있는 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와 선택이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같은 곡이라도 어떤 악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악보가 다 똑같은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꽤 신기한 이야기였습니다. 작곡가가 남긴 원본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정되거나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판본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책에서는 베토벤, 브루크너, 말러, 쇼스타코비치 등의 작품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저에게는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아,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말러 교향곡 6번의 2·3악장 순서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기억에 남아요. 저는 음악을 들으면서 악장 순서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세 번째 망치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고요.

브루크너 역시 판본에 따라 음악의 느낌이나 클라이맥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악보위원이 단순히 악보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악보로 음악을 무대에 올릴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악보와 저작권에 관한 이야기도 새로웠어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나 출판사에서 악보를 빌리고 사용하는 과정 등을 보면서 공연 하나를 준비하는 데 음악적인 부분뿐 아니라 여러 가지 실무적인 일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니 악보위원은 음악만 잘 알아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음악의 역사도 알아야 하고, 여러 악보를 비교할 줄도 알아야 하고, 출판사나 저작권 관련 사람들과 소통도 해야 하고, 실제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지휘자에 대한 생각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지휘자가 지휘봉으로 박자를 맞춰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수많은 악기의 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어떤 악기를 더 들리게 할지, 어느 부분에서 속도와 호흡을 조절할지 생각하며 전체적인 음악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역시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우리가 공연을 볼 때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만 시선이 가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는 누군가 악보를 준비하고, 하나하나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미리 살펴보고 있었던 거죠.

공연이 아무 문제 없이 끝나면 관객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책에서 악보위원을 ‘인비저블’한 직업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았어요.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누군가 미리 준비하고 챙겨주기 때문에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서울시향의 공연 준비 과정과 해외 오케스트라와 악보를 주고받는 이야기, 카네기홀 투어와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 현장의 이야기까지 읽다 보니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무대 위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저에게 이 책은 음악을 많이 공부하게 해준 책이라기보다는 음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해준 책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게 된다면 예전처럼 단순히 ‘연주 참 잘한다’ 하고 끝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악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준비됐을까?’

‘이 음악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준비했을까?’

이런 생각도 한 번쯤 하게 될 것 같아요.

클래식은 여전히 저에게 조금 어렵지만,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을 읽고 나니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우리가 듣는 음악 뒤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계가 있었구나.

저에게는 그 세계를 처음 알게 해준 책이라서 더욱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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