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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글자 매일 필사 : 주역 (스프링) ㅣ 큰 글자 매일 필사
다숲 지음 / 은빛서재 / 2026년 9월
평점 :
평소 ‘주역’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려움이었습니다. 철학책이라는 이미지도 강했고, 한문이 많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을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관심은 있었지만 ‘나 같은 사람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큰 글자 매일 필사 - 주역』**은 그런 저에게 주역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읽는 책이라기보다 하루에 한 구절씩 천천히 따라 쓰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이라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요즘처럼 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에는 몸도 쉽게 지치고 마음도 괜히 늘어지기 마련입니다.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질 때가 많은데, 잠시 시간을 내어 주역의 한 구절을 읽고 천천히 필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한 글자 한 글자 적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도 조금씩 잦아들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시간이 마치 잠시 무릉도원에 다녀오는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필사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러 필사책을 접해 보았는데, 이 책은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졌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글씨가 큼직해서 눈이 편했고, 필사 공간도 넉넉해서 답답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스프링 제본이라 책이 잘 펼쳐져 손목에 힘을 주지 않고도 편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매일 쓰는 책인 만큼 이런 작은 배려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하루 한 장씩, 30일 동안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10분 정도만 내면 충분하니 부담이 적었습니다. 오늘 한 장을 채우고 내일 또 한 장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이 완성된다는 점도 작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는 단순히 글씨를 예쁘게 쓰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다시 한 번 마음으로 되새기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같은 문장도 그냥 읽을 때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평소에는 스쳐 지나갔을 말들이 오늘의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주역은 흔히 점을 보는 책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주역은 조금 달랐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사람도 그 변화 속에서 살아간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를 담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 번 읽었다고 주역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곱씹어 봐야 하는 문장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구절씩 부담 없이 만나니 ‘주역도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필사를 하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휴대폰도 잠시 내려놓고, 조용히 책을 펼쳐 한 줄을 써 내려가는 시간은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쉬어야 하듯 마음도 쉬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막상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철학책은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던 분, 주역을 언젠가는 읽어 보고 싶었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분이라면 이 책이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큰 글씨와 편안한 구성, 하루 한 장이라는 부담 없는 분량 덕분에 누구나 천천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주역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필사를 통해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잠시라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여름, 더위에 지친 일상 속에서 하루 한 구절을 천천히 써 내려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큰 쉼이 되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