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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신재민 지음 / 북다 / 2026년 7월
평점 :
처음 『생가』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솔직히 어떤 이야기인지 잘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전 대통령의 생가가 나온다고 해서 조금 무겁거나 역사적인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긴장감 있게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기 어려웠던 책이었습니다.
이야기는 2017년, 전 대통령 이운암의 생가가 갑자기 불타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생가를 지었던 도편수 범근은 죽기 전에 ‘절대 다시 짓지 말라’ 는 유언을 남깁니다. 집을 다시 지으면 안 된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궁금해졌고, 그 비밀을 따라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였습니다.
범근의 아들 재헌은 아버지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반발심으로 결국 생가 복원을 맡게 됩니다. 생가를 조사하던 중 지하에서 이상한 공간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와 마주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긴장감 있게 흘러갑니다.
한편 트럭 기사 시록은 죽기 전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생가를 찾아오게 됩니다. 서로 전혀 다른 이유로 생가에 오게 된 재헌과 시록이 함께 사건을 파헤쳐 가는 과정도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바뀌고 장소가 바뀌어서 조금 헷갈릴까 걱정했는데, 읽다 보니 오히려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연결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뿐 아니라 해외 이야기까지 이어지는데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롭게 느낀 것은 한옥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한옥이라고 하면 예쁘고 고즈넉한 전통집을 떠올리는데, 이 책에서는 한옥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오래된 비밀과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생가 안을 조사하는 장면이나 지하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목과 연결되는 **‘복원’**이라는 의미도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에는 불타 버린 생가를 다시 짓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생가를 다시 세우는 일과 함께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미지의 존재까지 다시 깨어난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단어인데도 이렇게 두 가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의 갈등도 재미있었습니다. 끝까지 복원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그 금기를 깨고 복원을 시작하는 아들. 같은 가족이지만 서로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 궁금했습니다. 읽을수록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복원을 막으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유가 하나씩 밝혀질수록 더욱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속도감이 정말 좋았습니다. 한 장을 읽고 나면 다음 장이 궁금했고, 쉬려고 책을 덮었다가도 결말이 생각나 다시 펼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빠르게 흘러가는 전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은 생각보다 강렬했습니다. 저는 원래 무서운 이야기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도 읽으면서 몇 번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렇다고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긴장감이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작품성을 분석하거나 어려운 의미를 찾는 독자는 아닙니다. 그저 읽으면서 재미있는지, 다음 장이 궁금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생가』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숨겨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도 좋았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드는 전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조금만 더 읽고 자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끝까지 읽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 오컬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서 긴장감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생가에 숨겨져 있던 비밀과 등장인물들의 선택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저처럼 책을 어렵게 읽지 않는 독자도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오래 기억에 남을 스릴러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