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시간여행 - 수채화로 길어 올린 추억의 풍경 ㅣ 여행길 그림책 2
최명옥 지음 / 인문산책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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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시간여행>을 읽고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오래된 서울의 골목과 풍경을 담은 수채화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살아온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는 에세이였습니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평범한 일상이라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정릉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정릉천과 골목길, 길음시장, 미도극장, 미아리고개 같은 곳에서 뛰어놀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는 그곳을 잘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마치 저자와 함께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정릉천에 거지 소년들이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나 개천에서 개를 잡는 모습을 보고 한동안 고기를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놀라웠습니다. 지금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그 시절에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또 겨울이 되면 개천이 얼어서 썰매를 타고, 공터에는 서커스단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저도 어릴 적 생각이 조금 났습니다. 저와 저자의 어린 시절은 다르지만,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이나 동네에서 하루 종일 놀던 시간은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가난했던 시절을 너무 슬프게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힘든 생활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힘들었던 기억보다 웃었던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뿐 아니라 대학 시절 이야기와 서울 여러 곳의 추억도 함께 나옵니다. 대학로와 혜화동, 청계천 헌책방거리, 종로서적, 명동, 인사동, 광화문 같은 곳들이 등장하는데 관광지를 소개하는 느낌이 아니라 저자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소개되어 더 좋았습니다. 저마다 마음속에 이런 장소 하나쯤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속 수채화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처럼 정확하게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부드러운 색감이 추억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렸습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오래된 기억을 떠올릴 때처럼 조금 흐릿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만 읽을 때보다 그림이 함께 있으니 그 시절 분위기가 더 잘 전해졌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세한 일은 잊어버려도 그때의 골목길과 사람들, 공기와 분위기는 마음속에 남는다는 말이 참 공감되었습니다. 저도 문득 어릴 적 살던 동네와 학교 가던 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만 제 기억 속에서는 아직도 그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책은 큰 사건이 있거나 긴장감 있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조금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분위기의 책을 좋아하거나 옛 추억을 떠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천천히 읽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고, 오래된 사진첩을 꺼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저자의 추억을 읽었는데도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잊고 지냈던 골목길 하나쯤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골목에는 친구도 있었고 가족도 있었고, 웃고 울었던 시간도 함께 남아 있을 것입니다.

<골목길 시간여행>은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책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한 사람의 삶과 추억을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지는 책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 시간이 되면 제가 살았던 동네를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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