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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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했습니다.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왠지 의미가 있어 보여서 읽게 된 책입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마음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이 소설은 신영, 이소, 성희, 주연이라는 네 명의 여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작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인물들이 따로 나오는 것 같았는데 읽다 보니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졌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폭력의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몸에 남는 상처도 힘들지만 마음에 남은 기억은 더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과거의 폭력과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고, 벗어났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기억들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특히 신영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살아왔고, 그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갑니다.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도 조카 이소만은 잊지 않는 모습이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람은 많은 것을 잊어도 정말 소중한 사람은 끝까지 마음속에 남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소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화가인 이소는 자신의 기억과 과거를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자신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상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꺼내어 바라보는 것도 치유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희의 이야기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힘든 일을 많이 겪었는데도 결국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삶을 살아갑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또 다른 상처 입은 사람을 돌본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읽는 동안 성희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주연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가장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딸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오랜 시간 견뎌온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라 더 오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성’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감옥 같은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성 안에서 살아갑니다. 밖으로 나온 것 같지만 사실은 여전히 그 안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즐겁거나 편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무겁고 답답한 장면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읽는 속도도 조금 느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인물들의 마음을 따라가게 되었고,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폭력이나 상처만 이야기하는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그 말 속에는 함께 아파했던 시간도 있고, 서로를 구해주었던 시간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볍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천천히 읽으며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의 삶과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읽고 난 뒤에도 인물들의 이름이 오래 남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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