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한정판)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평점 :
절판


오랫동안 제목만 알고 있던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책이고,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도 워낙 유명해서 언젠가는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야 책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고양이가 주인공인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예상했던 내용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이야기라기보다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며 풍자하는 작품에 더 가까웠습니다.

이 책의 화자는 이름 없는 고양이입니다. 자신은 이름도 없지만 세상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고양이는 우연히 한 중학교 교사의 집에 살게 되고 그곳에서 만나는 인간들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주인인 구샤미 선생을 비롯해 그의 친구들과 손님들이 등장하는데, 고양이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지켜봅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얼마나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허영심이 많은지, 또 얼마나 사소한 일에 집착하는지를 특유의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야기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는 소설이 아니고 인물들의 대화가 많은 편이라 진도가 더디게 나갔습니다. 읽다가 잠시 쉬기도 하고 다시 읽기도 하면서 천천히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책의 매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가 인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간들은 자신이 매우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의 눈에는 어딘가 우스꽝스럽고 모순적인 존재로 보입니다.

읽으면서 웃음이 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웃고 넘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비판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 괜히 체면을 차리는 모습,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는 모습 등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여러 번 공감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이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시대는 바뀌고 생활 방식도 달라졌지만 인간의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름 없는 고양이는 마치 객관적인 관찰자처럼 느껴졌습니다. 인간 사회 안에 있으면서도 인간이 아니기에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고양이의 말이 사람의 말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조금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 역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인간들이 대단한 척 살아가더라도 결국은 모두 덧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읽고 나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빠르게 읽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들려주는 인간 세상 이야기. 웃음도 있고 풍자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었습니다. 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 다시 읽게 된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부분이 보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전은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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