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안 사이코
버지니아 페이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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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빅토리안 사이코>라는 제목을 봤을 때는 무서운 스릴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니 단순히 무섭기만 한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기괴하면서도 웃기고, 불편하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총 3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점 중 하나는 주인공 위니프레드 노티가 각 장마다 마치 제목을 정하듯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었는데, 점점 그 제목들이 노티의 심리나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위니프레드 노티는 엔저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갑니다. 아이들에게 프랑스어와 바느질을 가르치고,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품위 있는 숙녀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점점 어둠이 자라나고 있고, 독자는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게 됩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세 달 안에 이 집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라는 문장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저택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해지고, 노티의 광기도 점점 커져 갑니다.

읽는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위니프레드 노티라는 인물이었습니다. 분명 위험하고 잔혹한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그녀의 생각을 따라가게 됩니다. 냉소적인 독백은 때로는 웃음을 주고,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섬뜩한 장면이 등장하면서 독자를 다시 긴장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귀족 사회의 위선과 차별, 약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데, 그런 사회 속에서 사람의 마음속 어둠이 어떻게 자라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읽으면서 어느새 노티의 편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분명 잘못된 행동을 하는 인물인데도 작가는 독자가 그녀에게 끌리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웃어야 할지 무서워해야 할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잔인한 장면이 적지 않게 나오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독특한 분위기의 스릴러나 고딕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 <빅토리안 사이코>는 읽는 동안 계속 불안했지만 이상하게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위니프레드 노티의 독백과 엔저 저택의 음산한 분위기가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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