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 고립과 은둔의 시절 넘어가기
햅삐펭귄 프로젝트 지음 / 파람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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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은둔의 당사자인 이들이 해피펭귄프로젝트와 함께 참여해 자신들이 왜 은둔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회를 향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부터가 마음을 흔들었다.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맞는 말인데, 괜히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은둔’이라는 말이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긴 해도 그래도 나는 바깥일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꼭 방 안에만 있어야 고립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를 다니다가, 회사를 다니다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마음이 다치고 조금씩 겁이 나서 어느 순간 멈춰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읽으면서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이 말이 자꾸 나왔다.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고, 나 역시 모르게 마음을 닫아버렸던 시간들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이 좋았던 건 누군가를 설득하려 들지 않는 점이었다. 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왜 머물게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들려줄 뿐이다.

방 안에 있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는 말이 괜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밖에서 보기에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계속 생각하고 계속 흔들리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라는 게꼭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해답을 주지 않아도, 그냥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책은 언젠가는 다시 문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이 아주 작고 조심스럽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되고,
실패해도 되고,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고.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부담이 없었다. 무언가를 깨달아야 할 것 같지도 않았고, 당장 달라져야 할 필요도 없었다.그냥사람 이야기 듣듯 천천히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방안에 있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한 번쯤은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가 그동안 누군가를 너무 쉽게 판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지.

다 읽고 나서 마음이 갑자기 밝아지거나 힘이 솟아나지는 않았다.그 대신 조금 조용해졌다.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느려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크게 추천하고 싶다기보다는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힘들 때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그냥
곁에 두었다가 어느 날 문득 꺼내 읽어도 괜찮은 책.

읽고 나서 괜히 오래 생각이 남았다.
아마도 그게 이 책이 가진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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