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의 타인
임수진 지음 / 문이당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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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한동안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큰 사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묘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여운이 남았던거 같아요.
임수진 작가의 『내 속의 타인』은 우리 안의 불안, 관계의 어긋남, 그리고 가까운 사이에서도 느껴지는 낯섦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집인거 같아요.

이 책 속 인물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가족, 친구, 연인처럼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 안에 낯선 그림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표제작 「내 속의 타인」에서는 가까운 가족 사이에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벽이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요즘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함께 하는듯 했습니다.
‘가깝다고 해서 다 아는 건 아니구나’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또 다른 단편에서는 오랜 친구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낯선 도시에서의 고립감이 그려집니다. 작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피할 수 없는 단절과 오해를조용히, 그러나 깊게 파고듭니다.

이 책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스며듭니다. 그 조용한 문장들 속에서 인물들의 불안, 슬픔, 그리고 외로움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안의 ‘타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나 자신에게도 낯선 존재일 때가 있구나’ 하는 생각처럼요.

소설 속 인물들은 완전한 결말을 맞지 않습니다. 어딘가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는데, 그 점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진실하게 느껴졌습니다.우리의 일상도 늘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흘러가니까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면 마음 한쪽이 허전하면서도
묘한 위로가 남습니다.

『내 속의 타인』은 소리 없이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빠르게 읽히지는 않지만, 한 문장씩 곱씹을수록 깊은 울림이 전해집니다.
관계의 낯섦, 내면의 고요한 혼란,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따뜻함. 이 책은 그 모든 감정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
그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책은 다정하게 말을 걸어옵니다.

“당신도 나처럼, 내 속의 타인을 품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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