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25가지 경제사건들
강영운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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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경제’라는 단어가 더 이상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실 나는 경제 책이라고 하면 늘 머리가 아프고, 숫자와 그래프, 전문용어가 가득할 것 같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돈의 세계로 떠나는 역사’라니, 마치 역사책과 경제책을 동시에 읽는 듯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저자는 경제를 학문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왜 이렇게 흘러왔는지를, 돈과 경제라는 키워드를 통해 쉽게 풀어준다. 책 속에 등장하는 25가지 사건은 모두 역사적으로 굵직한 전환점이었다. 예를 들면 대공황, 전쟁 속에서의 자원 경쟁, 금융 위기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은 어렵지 않고, 오히려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옆에서 들려주는 듯 흡입력이 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의 욕망이 경제를 움직였다는 관점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를 거대한 시스템이나 정부 정책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 뿌리에는 사람들의 욕심, 필요, 두려움이 있다. 어떤 시대에는 금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역사를 바꾸었고, 어떤 시대에는 기름 한 방울이 세계 질서를 흔들었다. 이렇게 보니 경제는 단순히 돈의 흐름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직결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건, 경제는 나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의 경제 사건이 오늘날 내 삶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는 아직도 세계 금융 질서를 바꾸어 놓았고, 그 여파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또 에너지 문제는 여전히 국제 사회를 긴장시키는 중요한 이슈다. 이처럼 경제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이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힌트가 되기도 한다.

책의 구성이 알차다. 25가지 사건 각각이 독립된 이야기처럼 읽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책을 다 읽고 나니 ‘아, 경제라는 게 이렇게 역사를 밀어붙였구나’ 하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 또 한 챕터가 길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 출퇴근길이나 짧은 여가 시간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인상 깊었던 건 저자의 설명 방식이다. 복잡한 이론이나 통계보다는 사건과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덕분에 지식이 머리에 남는다. 예를 들어 단순히 ‘석유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대신, 석유를 둘러싼 전쟁과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움직였던 인물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보니 경제가 추상적이지 않고, 살아 있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 책은 경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다. 전문가용 책이 아니기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이 가볍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와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나처럼 경제에 약간 거리감을 두던 사람에게는 ‘경제는 결국 사람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책을 읽고 난 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뉴스를 보더라도 단순히 사건의 표면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경제적 배경을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국제 분쟁이 일어났을 때, 단순히 정치적 문제로만 보던 시각에서 ‘혹시 자원이나 돈이 얽혀 있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또한 저자가 강조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는 참 오래 남는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삶, 더 많은 부, 더 큰 안전을 원한다. 그 욕망은 때로는 발전을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는 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결국 경제의 역사는 인간 욕망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책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경제를 알면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잘 버는 법이나 투자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왜 세상이 이렇게 움직이는지를 아는 지혜를 얻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학생부터 직장인, 그리고 경제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나는 이제 경제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 속에서 경제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고마운 책이다. 앞으로 경제 뉴스를 볼 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 이 책에서 배운 시각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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