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기약없는 이별
진현석 지음 / 반석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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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용한 시골마을의 풍경은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아픔과 조심스러움이 깃들어 있다. 주인조차 바뀐 땅에서 일본인의 소작으로 살아가는 기영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허리를 다쳐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아버지 중식은 누워만 있고, 아내는 그를 대신해서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는데 그들의 둘째 아들 기영때문에 노심초사한다. 건장하고 기운 넘치는 열세 살 소년 기영. 또래보다 큰 기영.그의 존재는 일본인들의 눈에 띌까 늘 부모의 걱정 대상이다. 두려운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기영은 일본에 있는 형 수영을 찾아 떠나려 하지만 부모는 반대하는데 그런 부모 몰래 기영은 일본인의 계략에 빠져 부산으로 가게 는데 부산으로 가는 과정또한 어린 기영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었지만 형을 만나야 한다는 다짐으로 견디게 되고 일본으로 향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일본인의 유혹에 빠진 기영은 결국 가출을 감행하고, 부모에게는 이틀 뒤 친구를 통해 알리라는 쪽지만 남긴다. 일본행 배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긴 기영은 타국에서 만난 은인들 덕분에 겨우 숨을 돌린다. 그러나 안도의 순간도 잠시, 그를 도와주던 일본인 사장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만다.

우여곡절끝에 도망쳐서 기영이 도착한 곳은 다카시마. 많은 이들이 ‘군함도’라 불리는 하시마섬만 알고 있지만, 이 소설은 그보다 더 큰 규모의 다카시마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은 한국인 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섬, 제대로 된 장비도 교육도 없이 바로 탄광 일에 내몰린 그들은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야 했다. 무너지는 갱도, 허술한 식사, 폭력과 차별, 그리고 잊힌 이름들. 이곳은 더 이상 노동의 공간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장이었다.

광산에서의 삶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처참하다. 충분한 식사조차 제공되지 않고, 잠자리도 열악했으며, 기본적인 인권은 무시되었다. 매일같이 무너지는 탄광, 무거운 석탄을 나르는 고된 작업, 사고로 사라지는 동료들. 목숨을 걸고 일하고도,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 기영 역시 그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며, 그곳에서 형 수영과 재회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힘든 현실앞에서는 아무소용이 없어진다.

작가는 기영이라는 소년의 눈을 통해, 역사의 뒤편에서 침묵당한 조상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우지 못한, 말해지지 않았던 참혹한 진실. 영화 <군함도>에 등장한 하시마섬조차 이 다카시마에 비하면 ‘덜 알려진’ 지옥일 뿐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소설 말미에는 다카시마의 실제 풍경 사진과 함께, 한국인 유해를 임시로 모신 허름한 비석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일본인 유골과 뒤섞여 아무렇게나 방치된 조상들의 흔적은 단지 과거의 아픔이 아니라, 지금도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민족의 상처를 말한다. 이들은 나라를 잃고, 이름을 잃고, 끝내 기억에서도 사라질 뻔했던 존재들이다.

『외딴섬, 기억 없는 이별』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온 역사에 대한 고발이자 기록이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단지 한 가족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겪은 고통의 시간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역사이며, 동시에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현재다.

이 책은 말한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고. 그리고 이제는, 더는 아무도 외딴섬에 홀로 남겨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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