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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ㅣ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평점 :

『우리 같은 방』은 시인 서윤후와 한문학자 최다정이 함께 쓴 산문집으로, ‘방’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매개로 각자의 삶과 감정을 풀어내는 따뜻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주거 공간으로서의 방을 넘어, 우리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로서의 방에 대해 말한다.
시인 서윤후는 자신이 살아왔던 여러 방들에 대한 기억과 그 안에서의 사색, 그리고 시를 써온 과정들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시인으로서의 감성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고뇌와 성장도 함께 전해진다. 그가 묵었던 방들 하나하나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고유한 시간의 흔적이 담긴 세계였다. 한문학자 최다정은 조금 더 무게감 있는 시선으로 방을 바라본다. 고전과 사유를 통해 방이라는 공간을 더 깊게 들여다보며, 우리가 평소 쉽게 지나쳤던 공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그녀의 문장은 조용하고 단단하다. 그리고 그 속에는 삶을 천천히 곱씹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책에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중간중간 실려 있다. 마치 벽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에서 글을 쓰며,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이다. 이 편지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독자에게도 고요하고 따뜻한 감정을 남긴다. 방은 단지 잠을 자고 쉬는 공간이 아니다. 저자들은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느끼는 감정, 나누는 이야기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이 작은 공간이 얼마나 많은 감정과 추억을 담아내는지 이 책은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여행지의 낯선 방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인상 깊다. 집을 떠나 도착한 새로운 방에서도 우리는 익숙함과 낯섦, 설렘과 불안 사이에서 감정을 겪는다. 그러한 감정마저도 방이라는 공간안에서 안전하게 머무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며 여행지의 방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나만의 방, 지금 이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한때는 이곳이 너무 싫고 벗어나고 싶었던 기억도 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때는 그저 답답했고, 나를 가두는 곳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감정은 점차 사라졌고, 이제는 오히려 이 공간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그 변화의 이유를 짚어주었다. 방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억과 감정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이 방의 작은 소품들, 벽, 창문, 조명 하나하나가 그동안 쌓아온 추억의 일부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같은 방』은 나만의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따뜻한 산문집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의 방도 당신의 방도 더 이상 평범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방은 우리의 삶자체인걸 느끼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