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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5년 5월
평점 :

『논개』는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과 숭고한 사랑, 충절의 정신을 그린 감동적인 역사소설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논개의 의로운 최후만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삶의 과정과 그녀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갔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한 인간으로서의 논개를 조명한다.
논개는 전라도 주촌마을에서 훈장이던 아버지 주달분과 어머니 박씨 사이에서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총명했던 그녀는 일찍이 천자문을 익힐 정도로 영특했으나, 아버지의 병사로 인해 집안은 몰락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삼촌은 논개를 논 다섯 마지기를 받고 이웃 김풍헌 집에 민며느리로 팔아넘기려 한다. 이에 어머니와 함께 친정 봉천마을로 도망치지만, 결국 붙잡혀 장수현 감옥에 갇히는 비극을 맞는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장수현의 현감 최경회를 만나면서 논개의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최경회는 공정한 재판으로 모녀를 풀어주고, 그들을 동헌 침방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후 논개는 최경회의 도움으로 글을 배우며 지성과 인격을 키워나가고, 병든 그의 부인을 보살피며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간다. 시간이 흐르며 논개는 최경회에게 연모의 정을 품게 되고, 결국 그의 아내가 논개를 내연녀로 인정하고 생을 마감하면서 두 사람은 사실상 부부의 연을 맺는다.
논개의 진정한 내면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후 더욱 빛을 발한다. 최경회가 전라우도 의병장을 거쳐 경상도 병마절도사로 임명되자, 논개는 그를 따라다니며 병사들의 의식주를 돌보고, 아녀자들과 함께 왜군에 맞서 싸운다. 단지 내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전장을 누비며 사람들을 구하고 위로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한 의인의 삶을 대변한다.
하지만 전란의 와중에 최경회는 왜장 로구스케의 독화살에 맞아 서서히 죽어간다. 논개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복수를 결심하고, 나라와 백성을 위한 사명을 더욱 강하게 품는다. 이 작품은 그런 논개의 삶을 통해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닌, 뜨거운 피와 고뇌를 지닌 한 사람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실제 역사에 상상력을 더해 논개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복원하고, 그녀의 충정과 사랑을 입체적으로 묘사한다. 여성으로서 사회적 제약이 많았던 당시에도 불구하고, 지성과 용기, 헌신으로 나라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논개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울림을 준다. 특히 논개의 삶을 따라가며 독자들은 조선의 혼란했던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되고, 그 안에서 피어난 숭고한 가치들을 되새기게 된다. 임진왜란속 수많은 역사적인 인물도 등장하면서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사랑이 어떻게 충절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깨닫게 된다. 논개는 역사가 아닌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필요한 인물임을 이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