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대기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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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수영선수로 활약했던 리디아는 올림픽을 꿈꾸는 유망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뛰어난 재능 이면에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방관하는 어머니라는 어두운 가족사가 존재했습니다. 언니는 그 가정에서 도망쳤지만, 리디아는 홀로 남아 가정폭력과 외면 속에서 자라야 했습니다. 그녀에게 수영은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수영 실력으로 여러 대학에서 입학 제안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어렵게 새로운 도시로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그녀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리디아는 더욱 외로워졌고, 술과 마약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그녀는 점점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런 수렁속에서도 그녀는 첫 번째 남편과의 결혼, 그리고 첫딸의 출산은 잠시 그녀에게 희망이었지만, 딸을 잃으면서 그 희망도 무너졌습니다. 상실감은 그녀를 더 깊은 중독으로 이끌었고, 결국 첫 번째 결혼도 끝이 났습니다. 이후 두 번째 남편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남편의 외도로 인해 또 한 번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녀의 두 번째 결혼도 끝나고, 그녀는 스스로를 더욱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리디아는 사고를 일으켜 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그 사건은 그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며, 삶의 가장 깊은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만듭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그녀는 그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세 번째 남편과의 관계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진정한 이해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후 아들을 출산하며 그녀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토록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아온 이유, 물속에서만큼은 평온함을 느꼈던 이유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수영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 부모에 대한 분노와 연민, 그리고 자신의 상처들을 글로 풀어내며 삶을 회복해 나갑니다.


리디아 유크나비치의 자서전 『물의 연대기』는 단순한 고백이 아닙니다. 이 책은 상처와 중독, 실패를 지나 다시 일어선 한 여성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기록입니다. 그녀는 끝없는 추락 끝에서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글쓰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습니다.

왜 그녀가 물속에서만큼은 편안함을 느꼈는지, 왜 끝까지 자신을 밀어붙였는지, 책을 읽는 우리는 점차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진실은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지도 모를 내면의 상처와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물의 연대기』는 리디아의 삶을 담은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을 여력없이 보여준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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