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들
문경보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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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상담을 35년간 해온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과의 만남, 그 속에서 피어난 21편의 진솔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이 책에는 단순한 진로 상담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습니다. 각각의 아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 상처, 그리고 소망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들의 성적이나 결과만 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내면에 숨어 있는 불안과 두려움, 기대와 설렘에 귀 기울입니다.

스포츠 통계학자, 실용음악 전공자, 자동차 공학자. 이름만 들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이들의 꿈. 하지만 그 꿈 뒤에는 수많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성적 걱정, 진로에 대한 불확실함, 부모님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까지.

이 아이들은 단순히 '진로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서, 이해받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서 선생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상담이 아니라, ‘동행’을 해주신 거죠.

어떤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떨어질까 봐 무서워요”라고 말합니다. 어떤 아이는 “부모님은 대기업 취업을 원하시는데,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선생님은 재촉하거나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귀 기울이고, 그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빛을 비춰줍니다. 진정한 ‘상담’은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상담이 단지 진로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게 해주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깊이 느꼈습니다.

특히 저자는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님과도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들의 고민 뒤에는 부모와의 소통 부재가 숨어 있는 경우도 많기에, 부모님과의 상담은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이 책에는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며 상담을 마치고 나가는 장면도 나옵니다. 아이의 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며, 이제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부모님의 모습에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직업에 가지 못하더라도, 좌절 대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건네주는 이 선생님의 모습은 참 감동적입니다.저자 역시 청소년 시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자랐기에 지금의 아이들을 누구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진심이 책 전체에 스며 있습니다.

요즘처럼 경쟁이 심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에서 이런 교육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아이들이 그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두려움 없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진로란 단순한 미래의 직업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이란, 바로 그 그릇을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겠지요.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상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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