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송길영님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는 "그냥 하지 말라"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흙속에서 뭔지 모를 것을 캐내어 흙을 털고 손으로 정성스레 다듬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그 형체가 드러나고 의미를 찾아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실과 그 의미를 풀어내는 일은 마이닝(mining)과 같아서 그냥은 잘 보이질 않는다.  케어내서 전문가의 손길을 받은후에야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지고 값진 보석이 되는듯 하다.  이 책 또한 여러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하나 하나 짚어가며 그 의미를 찾아주지만 그냥 지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우리가 깨달음과 동시에 실천을 해야 하는 이 시대의 일기예보같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핵개인"이 있다.  핵가족이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그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순간 이 "핵개인"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채용이 아닌 영입,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핵개인의 출현 등 5개의 장으로 이 책이 구성되어 있는데 "핵개인의 출현"이 대표적인 주제로 이 책을 관통하여 마지막 장에 배치되어 있다.  이 책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중요한 개념은 "현행화" 또는 "현시대화"이다.  이 말은 우리가 늘상사용하는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는 것과 비유하면 좋을 것 같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의 흐름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추어 나와 생각을 업데이트하는 행위는 마치 네비게이터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다.  채용이란 관점과 영입이란 관점의 차이만큼 세상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채용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것 처럼 뜻은 통하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의 낡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현행화"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위로부터 아래로 억압적인 기제로 유지되던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인이 상호 내트워크의 힘으로 자립하는 새로운 개인의 시대가 도래했다."예보로 부터 시작을 한다.  그 예보는 우리가 일기예보를 듣고 움직이는 것처럼 "시대예보"에 귀기울이고 생존의 기술로 무장한 "핵개인"을 말하고 있다.  우리 말의 "졸업"은 영어로 "시작(commencement)"로 표현하듯이 핵개인은 대학입학이란 것도 이제는 목표가 아니라 시작점이라고 인식을 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고등학교 3년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명문대에 입학한 것이 앞으로의 인생을 보장해주던 시대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저기 바로 앞에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덮쳐오는데 그 파도가 너무커서 그냥 바다로만 보이는 형국으로서 이 예보의 충격은 매우 클것 같다.

오리너구리를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이 살아있는시대, "내가 신입사원이던 시절에는 과장만 달면 아무 일도 안했던 시절"이나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소음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나만의 경험이라는 자신감을 내려놓아야 하는 "권위의 액상화"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한다.  AI와 자동화의 빠른 변화를 인식하고 거기에 맞추어 나 자신을 현행화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들린다.  이제 혁신기업들은 "적당한 사람을 뽑아서 교육시키겠다"가 아니라 "이미 재능이 있는 사람을 모셔온다"는 것으로 채용이 아니라 영입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보상도 연체없이 지불해야 하는 "핵개인"의 시대를 예보하고 있다.  아니 이미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선배" "후배" "막내" "신입사원"이란 단어를 참 고색창연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핵개인들은 과거진행형의 회고록의 삶을 살거나 그 개인의 희미한 서사와는 거리를 둔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 핵개인들을 위해서 조직은 "뽑아준다"가 아니라 "모셔온다"라는 겸허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한다.

"효도의 종말, 나이 듦의 미래"애서는 큰 딸의 희생 서사가 소개되고 친정 어머니의 도우미 역할이 소개되고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고 또 자식이 부모를 보살피는 것은 응당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도리이나 내 삶이 누군가를 돌보기위한 자원으로 인식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 핵개인의 시대예보다. 현행화의 중요성의 사례로 "노인, 어르신, 시니어"라는 표현에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존중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핵개인의 시대에 우리가 너무 각자의 서사에만 집중하고 서로의 서사에대하여 귀를 닫은채 무심코 타자화.대사화하는 아닌지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을 한다.

지금 한참 논란중인 연금개혁처럼 앞에서 열심히 연금을 낸 사람들이 적장 나중에 자신들은 그 연금의 혜택을 거의 못보든 것은 아닌지 걱정하듯 "미정산 세대"는 조직과 사회에 많은 것을 헌신했다고 믿지만 그만큼 돌려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삶을 준비하는 새로운 핵개인으로서 "내 대에서 끊었어"라고 말하며 "모두 보상을 받겠다" 생각을 뒤로하고 좋은 의미로 상호부조라는 악습의 마지막 고리의 종점에 서는 이들을 상상한다.  즉, 상호부조의 이연된 보상시스템에 의존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체로  자립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함께 만들고 선순환시킨다면 이 선순환이 돌고 돌아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돌봄이 닿을 것이라고 말한다.  핵개인의 시대에는 마음의 빚짐과 되갚음을 이전의 시대로 한정하지 않고 전체 사회로 더 크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