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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이창수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평점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이 창수저)라는 작은 단행본을 읽었다. 짤막한 수필들로 가득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무작위로 선택하여 하나 씩 뒤 쪽부터 읽어본다. 책 제목이 어디서 많이 본 제목인 것 같지만 잊고 있다가 서문을 읽으니 아 그랬구나. 정 호승 시인의 시와 관련이 있는 제목이었구나. 글들은 짧막 하지만 우리 들의 일상에서 소외된 자신을 달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런 글들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예전에 샘터의 들을 읽는 듯 기분도 좋아진다. 글을 읽어가며 마음이 같이 정화되는 듯 하기도 하고 치유가 되는 듯 하기도 하다. 웃음이 나오는 글도 있다. 3번이나 나오는 ‘로또’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고 ‘하하하 취임사’가 그렇다. 수필은 청자연적이요. 학이요. 난이요...그런 지고한 수준보다는 훨씬 일상의 우리들을 위로하고 웃음짓게 만드는 글들이다. 글쓴이도 말하는 주연과 조연중에서 조연에도 초점을 맞추어 본다. 이렇게 카메라의 각도를 일상의 당연한 중심에서 주변으로 옮겨도 거기에는 똑같은 아니 더 소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것은 우리를 환하게 해주고, 반성하게 하고, 겸손하게 해준다. 스치듯 지나칠만한 것도 관심을 갖고 공감을 하니 나의 삶과 생각에 피와 살이되고 생기를 불어 넣어줄 수도 있겠다 싶다. 한여름 편안한 복장으로 슬리퍼를 신고 해진 들녘을 걷는 기분도 든다. 홀가분한 기분도 든다.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게 하는 것은 진솔한 친구와의 격의 없는 대화가 있어서다. 이 책의 수필들은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풀잎과 바람, 풀잎과 햇살, 풀잎의 노래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묶어놓은 글들은 글쓴이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고로 구성되어 있다. 풀잎과 바람에서는 ‘슬픔도 길이 된다.’는 글이 오래 남는다. 로커스트의 ‘하늘 색 꿈’이라는 노래가 이렇게 또 살아나는 구나. ‘풀잎과 햇살’에서는 ‘인생은 오늘을 사는 거다.’가 기억에 남을 것 같고, 그리고 로또에 대한 이야기와 하하하 취임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의 것이고 소중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누군가의 사적인 경험을 기록한 글을 읽는 다는 것은 그 사람의 경험과 사고를 간접적이지만 온전히 내 마음속에 그리며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뜻은 바로 그런 경험을 전제로 하기도 한다. 좋은 글을 읽는 다는 것은 바로 그런 좋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글쓴이가 시차를 두고 생각했을 법한 글들을 하나로 묶어서 수필집으로 내놓은 것은 부럽기 마져 하다. 생각의 단초들을 흘려버리지 않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어 공유하는 것은 용기도 필요하겠지만 그 생각의 흐름은 공감할 수 있는 것이고 같이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시험기간만 되면 소설을 읽고 싶다는 경험은 나만의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은 가끔씩 일상에서 떠나고 싶을때 읽어본다면 그 일상 속에 사랑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나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활기차고 충분하며 더욱 너그러운 나로 돌아가게 해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효과가 있다. 시험이 주는 압박감, 아니 벼락치기 시험 공부를 하다보면 받게되는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마음이 간절했다. 고단한 일상,어차피 해야 할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일상에 밀려다니다 보면 가끔씩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여유를 갖고 싶을 때가 있다. 치열한 한 주를 마무리한 어느 봄 날 볕이 잘 드는 집앞 돌계단에 앉아 햇볕을 즐긴다. 계단 돌 사이 사이 틈을 삐집고 나와 풀이며 민들레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평상시 무심코 밟고 다니던 계단에 있는 듯 없는 듯 지나치던 생명들을 새 삼 깨닫는다. 자신의 치열한 일상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자 내 주위의 사물들이 비로소 온전히 내 마음에 들어오고 이것들은 나에게 소소한 자유를 만끽하게 해준다. 이런 존재들로 부터 위안과 해방감을 얻는다. 그냥 지나쳤을 것들, 신경을 써주었어야 했을 것들이 내 눈에 들어오며 생각을 하며 오합지졸로 지쳐있는 내 마음을 곱게 빗질해 준다. 이 순간만큼은 진솔한 나 자신으로 돌아가 소외된 것들을 의인화하며 오히려치유받기를 원하는 눈길로 이것들을 바라본다. 거칠기만 했던 나의 마음에 촉촉해지는 듯 하다. 철학자가 된 것처럼 이런 저런 생각의 찌꺼기들을 걸러내며 반성하고 비운다. 이 내 마음의 풍차가 천천히 돌아가며 생각의 나래가 펼치다가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며 자족적인 한 숨을 내쉰다. 이런 순간들이 없었다면 벌써 말라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건조한 피부에 윤기가 도는듯 하게 하고 밝게 해준다. 매달 받아보던 샘터라는 월간 잡지의 소중한 글들과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가 떠오른다. 한동안 갈증을 달래주던 원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