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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존재하기 -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평점 :

중학교때는 1000미터도 완주하지 못하였다. 달리고 싶어도 못 달리고 그냥 쓰러져 양호실로 갔다. 비록 남들만큼 잘 달리지는 못하였지만 그 고통의 무게는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나는 "자신의 지닌 것을 소모시켜 일정한 수준에 올라가는데, 이는 죽지못하는 정도보다 약간 나은 상태다"라는 조지 쉬언의 말을 느끼고도 남을 정도의 고통이 나의 온몸과 정신을 사로잡았다. "달리기와 존재하기(조지 쉬언 지음/김연수 옮김)"은 어떻게 하면 잘 달릴 수 있는가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조지 쉬언의 달리기에대한 경험담이 나오기는 하지만 사실 그 이상의 무엇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상상력이나 어떤 관념적인 노력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라기보다는 달리면서 생각하며 얻어진 온몸으로 얻어진 철학적인 깨달음이다. 저자 조지 쉬언은 원래 의사였는데 남들이 바라는대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자신의 참된 모습을 꾸준히 찾아 나서는 일'을 달리기를 통해서 찾아냈고, 전문적으로 일상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 작가가 되었다. 원래의 직업인 의사를 하면서 한 것이 아니고, 달리기와 글쓰기를 하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달리기라는 고독을 즐긴 사람으로 생각된다. "왜 달리냐?"에 대한 부분적인 답이 될수도 있다.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혼자 걷는다. 매번 걷다보면 질린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나는 어떤 기록을 목표로 하거나,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걷기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딱딱한 목표를 가지고 걸음수나 걸은 거리 기록을 갱신하기 위하여 걷지는 않는다.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은 잠시 일상적인 반복의 느낌이 들지만 일단 걷기시작하면 매번 새롭다. 혼자걷는 것이 좋다. 사람이 많은 공원보다는 인적이 드문 산속을 걸을때가 훨씬 좋다. 걷다보면 차분해지고 자연을 바라보며 감상을 하다가도 이내 나는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생각의 되새김질을 반복적으로 하다가 어느 순간 생각지도 않은 명쾌한 어떤 인생의 답을 얻곤 한다. 마치 내가 철학자가 된듯 나는 나 자신을 꽤뚫어보기라도 한듯 어느정도 정리정돈이 된 나를 대리고 다시 집으로 간다. 걷는 것이지만 생각하는 것이고, 내 수준에서 철학을 하는 것이다. 걸음으로서 나의 몸이 건강해지고 튼튼해지는 것으로 시작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걷기는 그냥 걷기가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걷는 것이 되었다.
'달리기와 존재하기'에서 조지 쉬언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니, 그는 달리기라는 것을 통해 그 달리기를 예술적인 것으로까지 끌어올리고 달리기에서 실존적인 자신, 인생에 대한 숙고, 위대한 철학자들의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사상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달리기에서 얻는 경험을 연결하여 달리기를 예술적인 경지까지 끌어 올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는 "내가 달리는 모든 1마일은 첫번째 1마일이다" 그리고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라며 이런 태로로 놀고 달렸다고 말을 한다. 일자무식으로 낫놓고 ㄱ역자도 모른다 쳐도, 하나에 평생을 바친 사람에게서는 배운 사람못지 않은 철학적으로 관통하는 그 무엇을 깨닫는 것처럼 조지 쉬언은 책상물림이지만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달리기라는 것을 통하여 자기자신을 들여다보고 깨달았으며, 위대한 철학자들의 말을 달리기를 하면서 그의 몸과 마음으로 깨닫고 그것을 상상력이 아니라 경험을 통하여 글로써 표현을 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번역도 깔끔하고 저자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잘 다듬어진 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책이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실존적인 물음이 생기거나 왜 달리냐는 물음이 생기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하기'라는 8가지 주제로 구성이 되어있다. 조지 쉬언이 쓸 에세이를 묶어 놓은 것이다. 글중에 마음에 와닿는 것은 과거나 미래에 살지 않고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것을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달리기를 통해서 비유하며 천국과 내세가 아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살아가기"에서의 글과 달리기를 예술로 러너를 예술가로 보는 경지에 이르러서는 피카소를 소환하여 설명을 한다. "예술은 무엇입니까?"에 대하여 피카소는 "예술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로 반문하였듯이 달리기도 예술이라고, 달리면 알게된다고 말을 한다. 달리자. 그리고 그의 말을 느껴보고 나의 실존을 한껏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