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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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재미있다. 이런 걸 재미라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불편하고, 때로는 불쾌하고, 가끔은 종잡을 수 없어 책을 놓았다가도

궁금해져서 또 읽게 만드는, 그런 점을 '재미'라고 한다면 확실히 재미가 있다.

 

호러-서스펜스 대상 수상작이라 되어 있지만 사실 호러도 아니고 서스펜스도 아니다.

추리물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그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뭣하다.

이건 그냥 소설.. 어쩌면 대중소설의 범주를 살짝 벗어난 실존주의적 소설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이 작품으로 데뷔했을 때 56세라고 하던데, 그만큼 인생 경험도 많았을 것이고,

다분히 이 책 속에도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켰으리란 느낌이 든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사고를 지닌 사람은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그 이면에 도사린 광기와 집착, 공포와 욕망을 이토록 끈끈하게 서로 얽어서

스멀스멀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의 역량에 놀랐다.

 

다 읽고 나면 뭔가 불가해한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데, 작가가 인생이라는 것 자체를

불가해한 무엇인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살다보면 머리로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도 있고,

거꾸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도 가슴은 마구 뛰는 경우가 있으니,

불가해한 인생이란 말이 그리 틀린 건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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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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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라면 거의 빼놓지 않고 읽다가

어느 순간인가 - 서로 -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한동안 읽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집어든 그의 작품인데, 이거 상당히 괜찮다.

 

도쿄 니혼바시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어느 중년 여인의 살인사건을

그 주변인물 및 이웃들을 차례로 탐문하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데,

원래 연작 단편 형태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엔 달랐다.

하나하나의 단편을 통해 각 인물들의 개인적 사연을 밝혀가면서

사건의 개요와 전모를 차츰 드러내는 방식이 아주 흥미로워서 참 잘 읽혔던 것이다.

수사과정을 통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들의 비밀과 상처까지도 드러나는데

그를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면서 각 인물들이 느끼게 되는 치유의 감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도 좋았다.  

이렇듯 독자 입장에서야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힌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글쓰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작가 본인은 니혼바시의 거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다양한 인간상들이 움직였고

그들을 차례로 그리면서 도미노가 쓰러지듯 드라마가 연결되었다라고 하는데,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필력에 감탄했다! (그동안 멀리해서 미안^^)

 

그리고 다시만난 가가 형사의 매력은 여전하다.

읽는 내내 그의 행색이며 표정 따위가 머릿속에 절로 그려졌다.

아무리 작가가 설명을 늘어놓아도 그려지지 않는 주인공이 있지만

가가는 조금만 읽어도 이미지가 떠오르고 또 궁금해진다.

아직 드라마화된 것을 보지 않았는데, 조금은 망설여진다..

내가 상상한 가가와 드라마 속의 가가가 너무 다르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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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랄라! 홍콩 - 화려한 불빛 속 환상의 도시로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 랄랄라 시티 가이드 1
정태관.양봉원.윤가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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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홍콩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 가기 전 안내서를 찾다가 이 책을 골랐어요.

최근에 나온 책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서.. 

과연 최신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고

소소한 부분들 까지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여행계획 수립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덕분에 짧지만 알찬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 살아있는 여행안내서를 만들어주신

저자분들께 감사드려요.

글씨가 좀 작은게 흠이긴 한데

한손에 들어가는 크기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면

어쩔 수 없었겠죵..

암튼 홍콩 여행 계획 중인 분들께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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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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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베스트셀러라는 선전에 비해서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

재미가 아주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뭐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그런 책이다.

불륜, 실종, 연쇄살인 등으로 짜여진 사건의 얼개라든가

눈사람이라는 사건의 시각적 징표 등,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떡밥은 그럴듯하다.

일단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말이 너무 많다. 최근 읽은 북유럽권 작가들의 스릴러는 다 그렇던데..

이게 요즘 그쪽 작가들의 경향인가..?

매 장면마다 인물과 상황에 대한 주관적 묘사가 넘쳐나고,

거의 한 두 문장 건너 비유적인 표현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걸 '문학적'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것이 작품을 완전히 지배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암튼 그런 묘사나 비유가 자꾸 거슬려서 참 잘 안 읽혔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는 독자가 나름 장면이나 인물을 상상하게 만드는 여백도 있어야

또 다른 재미가 생기는데, 워낙 작가의 말이 많다 보니, 그런 재미도 없고.. 

차라리 그냥 사건 위주로 드라이하게 풀면 책두께도 많이 줄었을 테고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읽다보면 - 이런 종류의 스릴러가 너무 많아서인지 - 범인이 보인다.

두 명을 범인으로 찍었는데, 그 중 한명은 범인일 뻔(?)했고 한명은 정말 범인이었다..ㅎㅎ

(등장인물의 구성이라든가 범인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는 식의 반전을 자꾸 반복하는 작법상

범인의 유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쉬워진다)

결론은 그냥 보통 수준의 사이코 스릴러 중 하나라는 느낌.

알콜중독, 일중독의 주인공 형사 해리 홀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도 하던데,

이것도 그리 드문 캐릭터는 아니고, 딱히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물론 시리즈물이니 더봐야 알겠지만, 비슷한 캐릭터로는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가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요즘 많은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 소설 역시 쓰면서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책보다는 그냥 영화로 보는 게 나을 것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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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5-07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소문에 비해 그렇게 대단한 감흥은 못 느끼셨나봐요. 저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아직 안 읽고 있는데, 북유럽 작가 하니까 자연스레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떠오르네요.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에요. 여기저기서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너무 지루해서 그랬나봐요. 누군가는 번역본이 두 판본이 있는데, 마음산책 버전 말고 다른 버전으로 읽어야 좋다고 그러더라구요. 다른 버전으로 다시 시도해보려구요 ㅎㅎ
솔지한 서평 잘 보고 갑니다!
 
까마귀의 엄지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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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섀도우' 출간 이후로 대부분 본 듯한데 

이번 책도 흥미롭게 읽었다. 아마 그의 책 가운데는 가장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대중적인 재미가 있었다는 뜻도 되겠다. 

사채 때문에 가족을 잃은 두 주인공. 이들이 처한 작품 속의 상황은 

너무나 처절하고 비극적인 것이지만,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아마도 막장인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놓은 블랙 코미디적 문체 때문일 것이다. 

미치오 슈스케 치고는 뜻밖의 작풍이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잔재미를 주며 흥미를 고조시켜 나가다가 막판에 반전을 주는 것은 슈스케다웠으나 

결말과 반전 자체가 약간 맥빠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니 그런 결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흥미에만 치우치지는 않았다는 것이고, 독자로서 납득이 갔다는 뜻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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