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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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과학자라는 서사를 따라가보고 싶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질문하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 수천 년 동안 학문에서 여성은 배제되어왔다. 작가는 대학에서 여성으로서 받는 시선과 질문이 두려웠고, 한편으로 궁금했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

🔖 나는 질문만 한가득이고 대답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에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_26p

🐧 우울증과 PTSD로 평생을 시달리면서도 내면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야말로 “움츠러들지 않고 나아가는”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 과학자를 사로잡은 것은 우주와 행성이었다.

🔖 이렇게 미적인 아름다움, 이론, 관찰이 함께하는 주제라니 내가 여러 해 동안 연구할 수밖에 없었다._122p

🐧 그리고 질문을 통한 사유, 우주와 닮은 삶, 우리 삶과 닮은 우주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고 학습하기를 바라며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질문한다.

🔖 “여러분이 던질 질문이 마치 창처럼 저 멀리 언덕까지 날아가 떨어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 그 질문을 향해 나아가고, 우리가 그 대답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_314P

🐧 과학, 우주, 어려운 용어들과 낯선 행성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여성으로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삶이 담겨있다. 누군가 그녀의 입을 막고, 가로막는 순간에도 한번 더 용기를 냈다. 스스로에게, 세상에게 질문하고 궁금해했다. 우리 모두 삶에 굴복하지 않고 질문을 저 멀리 날려보내고, 그 질문을 향한 대답을 탐구하고 자신만의 정답을 만들고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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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카페 싱긋나이트노블
구광렬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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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자살, 삶, 죽음. 현실과도 맞닿아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 내용은 한 톡방에 청년들이 모여 자살을 함께 이야기한다. 울다가 웃다가, 그야말로 웃픈 내용들이 이어진다. 소설은 청년들의 희망 없는 하루, 내일이 그려지지 않는 오늘을 들려준다.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마저 쫓겨나는 삶, 가게 손님들의 희롱..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칠수록 무언가 잃어버리는 느낌이다.


🔖 명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오늘 하루 유실되지 않고 열심히 따라왔구나.’_19p


🐧 청년들의 암담한 삶에 그들을 구하고 싶은 청년, 준혁은 그들의 톡방에 섞여든다. 최대한 이벤트를 유예해보려 애쓰지만 결국 4일 뒤로 결정되고, 그날은 빠르게 준혁 앞으로 배달된다.


🔖 거짓말도 그런 거짓말이 있을까. 돌아와서 시체로 가득차 있을 자신의 영업장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회원들이 느낀 괴리감은 ‘걱정 마시고’에서가 아니라 ‘다녀오세요’에서 느꼈다. 그것은 이승과 저승 간의 간극을 의미했기 때문이다._142p


🐧 청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작가는 청년들의 자살률이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죽음에도 때론 연대가 필요한 청년들에게 이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이 젊은 목숨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사회에 떠밀린 이 삶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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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8 - 차이콥스키, 겨울날의 찬란한 감성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8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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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와 클래식이라니. 지식수집가 인프피에게 낯선+낯선 단어의 조합은 최고의 도파민이다. 차이콥스키와 러시아라는 익숙한듯 어색한 이름과 나라,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 난처한 시리즈는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으로 이번 신간을 포함해서 무려 8권이나 출간된 클래식 입문서다. 막연히 ‘듣기 좋다’를 넘어 다른 감상을 써내려 가보고 싶었다. 마음을 울리는 데 그저 ‘좋다’라는 말만 하기에는 어쩐지 싱겁고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런 갈증을 일부분 해소해 주었다. 게다가 책의 구성이 알차다. QR코드로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사진과 그림, 일러스트 삽화까지 담겨있어서 지루하고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을 재밌게 읽어낼 수 있다.

(다음 사이트에서도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다. http://nantalk.kr)


🐧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차이콥스키가 활동했던 시기로, 민족주의 운동이 음악에 영향을 미쳤던 19세기에서 시작한다. 이어서 차이콥스키의 성장과정과 정상으로 향하기까지의 슬럼프와 음악이 창작될 수 있던 배경과 사건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차이콥스키 뿐 아니라 그야말로 러시아 클래식의 궁금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 클래식 ‘수업’이라는 제목답게 책의 내용들은 구어체로 되어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궁금한 내용들을 질문하면 선생님이 바로 대답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모두 읽기 좋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생겼는데 어떤 지식부터 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난처한 클래식 수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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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작은 구원 - 아버지 없이 자란 한 사람의 내면 일기
고아롬 지음 / 책나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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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가 삶의 구원이었던 작가는 왜 자신이 불행한지 고민했다. 결론은 아버지의 부재였다. 내면의 일기를 솔직하게 써내려갔다는 문장들이 어쩐지 마음에 까슬하게 와닿았다. 책나물과 함께 읽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었고,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 누군가의 ‘부재’란 어떤 의미인가? 버려진 아이에게 부모의 부재는 있지만, 아이를 버린 부모에게는 아이의 부재가 있을까? 열두살의 아이에게 엄마의 재혼은 부재이자 버림받았다는 상처였다. 그래서 가끔 엄마를 만날 때마다 체취라도 기억하기 위해 내내 붙어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귀찮아했다. ‘아, 나에게는 당신이 부재이지만, 당신에게는 내가 부재가 아니구나. 없어도 그만이구나.’ 부재란 씁쓸한 감각이란 것을 열두살의 나는 서글프게 깨달았다.

🐧 부재. 작가님의 글에는 전체적으로 부재가 담겨 있다. 부재에는 수없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때로는 이중성을 가진다. 울면서도 웃어야 한다. 이상한 일이다. 이미 나에게서 없는 것 때문에 울음이 터져나오면서도 웃어야 한다니. 부재는 때로 약자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없는 것을 들켜서는 안된다.

🔖 엄마는 갑작스레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시작했다. 엄마에게 아빠의 부재는 나와 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남몰래 눈물짓고 남편이 없는 설움을 묵묵하게 견뎌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형제에게 웃어주었을 것이다._24p

🐧 부재는 소멸하면서 생성된다. 음식의 결핍이 배고픔을 만들듯이, 사람의 부재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고 질문을 만든다.

🔖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나에게 끌려다닌다. 아버지의 부재는 어떤 나를 만들었을까. 아버지의 부재가 만든 나는 버려야 할 나일까, 간직해야 할 나일까. 원한다면 버릴 수는 있는 종류의 것이기는 할까. 마침내 나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 안에서 들끓는 질문들이다._34p

🐧 이 모든 시작은 결국 한 사람에게로 향한다. 글에는 눈물, 쓴웃음, 약자성, 가난, 설움, 분노 등 먹먹한 감정들이 가득 차올라 넘친다. 자신을 잠식하던 한 사람을 향한 모든 감정을 이제는 내면을 향한 솔직한 고백으로 스스로를 억눌린 감정에서 끌어올린다.

🐧 나를 구원한 것은 혹은 구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아보여도 좋다. 당신의 결핍이 당신의 모든 것을 뺏어가게 두지 말기를. 당신의 결핍이 때로는 당신을 구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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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당신이 알지 못하는,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
안준형 지음 / 세이코리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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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변호사라니, 정말로 낯선 조합이다. 마약사범과 형사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변호사는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라 흥미롭고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인 작가는 마약 사범 이전에 사람에 대해서,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죄질이 아주 나쁜 사람이 마약을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평범한 삶의 한 가운데 갑자기 정신 차려보면 마약의 구렁텅이 한 가운데서 정신을 못차리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말한다.

🔖 많은 이가 마약은 아주 별난 사람, 또는 질이 안 좋은 몇몇 사람들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약 사건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_29p


🐧 책에는 마약과 관련한 변호 사건 사례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외에도 마약에 관한 오해들, 마약사범 주변 가족과 사람들의 이야기, 법에 대한 정보 등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마약 관련 정보를 나누는 것은 대한민국 내에서의 마약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경각심을 가지길 바라는, 그래서 변호사인 자신을 만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이라도 들어봐주길 바란다. 누구나 마약을 처음 손댄다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마저도 너무나 낯설고 당황스러울 테니까.

🔖 마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약과 마약 투약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공감대를 갖추는 일.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_97p


🐧 ‘약’한 사람들은 ‘약해진다’. 초범인 경우도 그렇지만, 재범인 경우에는 주변의 단절과 인권침해 등으로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단약의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마약사범을 둘러싼 환경 중 언론의 책임을 묻기도 한다.

🔖 지금까지 마약 사건과 마약 범죄자를 대해왔던 언론의 태도를 주의 깊게 돌아보고, 마약 범죄 감소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_151p


🐧 어찌 보면 결국에는 투약자들을 변호하는 것 아닌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오해 전에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살면서 출구가 간절하게 필요한 때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 하지만 ‘절대’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굳은 결심과 치열한 노력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필로폰을 끊고 일상에 복귀한 사람이 분명 존재하니까. 나는 믿는다. 출구는 있다._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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