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너였다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하태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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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만큼 아름다운 말이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사랑한단 말을 들으면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과 발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사랑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사랑의 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사랑을 시작하면 앞선 변화들이 우스울 정도로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 여태까지 부모님도 변화시키지 못한 내가 사랑 때문에 변화를 자처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친구와의 만남이 줄어들고, 꾸미는 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나에게만 향하던 시선이 변하기 시작한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 주는 가장 큰 축복이다.
 
하지만 사랑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사랑이 영원하다면 항상 아름답겠지만 영원한 사랑은 없다. 사랑은 이별을 부른다. 둘이 맞닿아있기 때문에 사랑의 끝은 항상 이별이다. 맞닿아있지만 이 둘은 너무나 다르다. 사랑이 봄과 여름이라면 이별은 겨울, 겨울 중에서도 한 겨울이다. 어떠한 생기도 없는 황폐함, 이것이 이별의 모습이다. 사랑과 이별이 필연적이기에 사랑하고 싶다면 이별 또한 찾아옴을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사랑이 끝나면, 이별이 주는 씁쓸함 때문에 남몰래 눈물 훔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랑뿐만 아니라 이별까지도 사랑의 일부요, 과정이다.
 
이 책은 사랑했던, 사랑을 하고 있는 그리고 사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본문에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각 문구들이 맘을 따뜻하게 하면서도 오글거리지 않기 때문에 애인에게 편지 쓸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본문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다룬다. “우리는 잠깐 지나가는 설렘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되는 견고한 사랑이니까(122p)”처럼 사랑의 견고함을, “사랑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내 삶을 새기는 일이다.(156p)”처럼 사랑의 중요성을, “한 가지 확실한 건 사랑이라는 감정에 진심이 섞이면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마법 같은 일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173p)”처럼 사랑의 달콤함을 강조한다. 한편 이별에 대한 문구도 사랑에 대한 문구만큼이나 많다. 작가 역시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별을 사랑의 연장선으로 보았기에 이별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래서 작가는 담담한 어투로 후회, 그리움 등을 담아내는데, 이는 우리를 위로하기에 충분히 따뜻하다. 사랑에 대한 멋진 글을 쓰기 싶지만 넘치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할 때 이 책이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독자들이 작은 것으로부터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1장은 소소함에서부터 오는 행복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드라마 같은 이상적인 이야기 대신 우리가 항상 겪지만 사소해서 지나치는 것들을 조명하여 독자에게 작은 것으로부터 오는 행복을 알린다. 그래서일까. 책 곳곳에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 그래서 막연하게 위로받고 싶거나 별거 아닌 일에 우울해졌을 때 등 힘든 상황에서 이 책을 보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1장의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사람이니까.(23p)”, “그 누구보다도 멋진 색깔을 가진 당신이기에, 누구보다 멋진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 거예요.(53p)”, “너의 모든 순간은 무의미하지 않아.(55p)” 등의 위로는 지친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이 책은 과 같다. 작가는 의사가 되어 약을 지어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의 과정 가운데 있는 모두가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우리가 아플 때 약을 먹는 것처럼 우리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한 장씩 읽어라.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지 자신에게 맞는 위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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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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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나의 데미안을 찾아서

새로운 세계에 가기 위해선 기존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우리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틀과 마주한다. 이 틀은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성질도 정해진 게 없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 틀은 하나로 끝나지 않고 오락실 게임처럼 우리가 성장할 때마다 우리를 가로막는다.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때마다 틀을 깨트려야 한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하지만 기존 세계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과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오는 내적 갈등 역시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면 한 층 성숙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은 이런 과정을 풀어낸다. 이 책은 싱클레어라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가 성장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다룬다. ‘올바른 세계가 전부라 생각했던 소년이 다른 세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고, 이 갈등은 그가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세계와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상황은 그에게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가 처음 갈등 상황과 마주했을 때, 그는 사람 버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피폐한 상태로 살았다. 다른 세계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할 수 있던 일은 고민하며 끙끙 앓거나 방탕한 삶을 통해 고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그런 그를 도와준 사람이 데미안이다. 세계를 깰 줄 몰라 고뇌하던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새로운 세계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그가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 데미안의 도움을 받은 싱클레어는 결국 기존 세계 탈출에 성공한다. 새로운 세계의 맛을 본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삶을 좇는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에게 영감을 얻어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한편 이 이야기는 작가, 그리고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본문에 등장하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 내적 갈등, 전쟁 등의 설정들은 작가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자는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는 그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 신학교에 입학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방황을 자처하며 삶을 보낸다. 한편 책이 출판된 시기는 1919년으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다. 당시 유럽 전역은 전쟁의 상처로 가득했으며, 그의 모국 독일은 패전국이 되어 절망 가운데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통해 대중에게 바란 것은 각성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내면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의 안주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변화와 투쟁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는 출간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이 책을 찾는 독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데미안을 만나길 바란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해 성숙해졌듯이 우리도 데미안을 통해 성숙해지자.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같이 혼란에 빠지지 말고 참된 자아를 지켜야 한다. 고민하자. 지금의 내가 진정한 나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이 틀에 깨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타인이 규정하는 나에서 벗어나 진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과정 가운데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작가가 제목을 싱클레어가 아닌 데미안으로 정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이 바로 데미안이다.

 

한편 데미안의 많은 역본이 있는데, 올해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한 데미안은 젊은 층이 읽기에 좋다.

젊은 감각의 일러스트나 현대식으로 해석한 소단원 등은 데미안과 우리 사이의 100여 년의 간극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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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스페인 포르투갈 - 스페인 여행전문가가 직접 쓴 가이드북, 2018년 최신판 이지 시리즈
강혜원 지음 / 이지앤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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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할 때 이지시리즈를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출간 예정에 있는데,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믿고 읽는 이지시리즈기에 그만큼 더 큰 기대가 되네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많은 꿀팁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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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의 힘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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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한책 서평단 빛입니다.

 

글 쓰는 건 어렵다. 인문학을 전공하면서 수많은 서적을 접하고 글을 썼지만 아직까지 나에게 글은 친숙치 않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즐거움보다는 막막함이 앞선다. 어떤 때는 글을 잘 써야한다는 강박감이 나를 사로잡아 오히려 이로 인해 글을 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나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지인, 동기, 친구 등 나를 둘러싼 많은 집단들 역시 작문에 있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만 글쓰기가 힘든 게 아니구나하며 남몰래 동질감을 느꼈던 경험들이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해봤고, 한편 이런 고민이 싫어 글 자체를 외면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글과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저자의 발상은 이로부터 출발한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는 제목이 내용을 직접적으로 포괄한다. 말 그대로, 이 책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일상을 소재로 택한다. 그래서 본문 곳곳에 위치한 소소한 일상들은 우리로 하여금 친밀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소재들을 우리가 어떻게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 때 작가는 구체적인 작문 기술보다 자신의 경험에 중점을 두어 독자의 격려와 동기유발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책은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장점을 지닌다.

 

저자는 본문에 자신의 의도를 세 단계에 걸쳐 드러낸다. 책 구성은 4장으로 되어있으나, 전체적인 흐름을 바탕을 보았을 때 내용이 크게 3부분으로 압축된다. 각 챕터는 서로 다른 내용을 다루나 거시적으로 봤을 때 서로 연결되면서 저자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책의 전반부는 작문에 대한 동기부여에 집중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위 환기, 칭찬, 예시, 목적의식, 가치인정 등을 통해 글쓰기가 지니는 효능을 강조한다. 이 때 작가의 생명력 넘치는 표현력은 우리가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각 내용들이 전하는 바가 비슷해 작가의 의도를 흐릴 염려가 있었지만, 저자는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제시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전반부가 동기부여에 초점이 있다면 중반부는 작문에 초점을 두었다. 여기서 작문에 초점을 두었다함은 두괄식 표현이나 짧고 간결한 표현등 작문 서적에 나올 법한 내용들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우리가 작문 첫걸음을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소재들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한 소재들은 여행, 음식, 음악, 일기, 유언편지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일상을 소재로 끌어들임으로써 저자는 작문을 두려워하는 독자에게 한 발 내딛을 용기를 불어넣는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는 글쓰기 센터 회원들의 경험담 역시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각 장에서 그들은 일상을 소재로 한 글쓰기가 본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증언한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글쓰기를 권하는 건 아니지만 사례 자체가 독자들이 동기부여하기에 충분하다.

 

핵심은 글 말미에 있다. 작문에 대한 동기부여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회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생각하는 작문의 핵심은 회복이다. 그는 스트레스와 하나 되어 사는 현대인에게 글쓰기가 좋은 처방전이 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글쓰기 자체에서 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삶과 밀접한 소재들을 통해 부담감을 줄이고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래서 그는 회복을 위한 도구로 여가, 명상, 기도, 감사, 죽음 등을 소재삼고 독자에게 이를 글로 표현할 것을 권유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무거운 소재 때문에 독자가 부담을 느꼈겠지만 저자는 이러한 점들을 역이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완성시킨다. 저자는 무거운 소재들을 피하는 대신 이들과 마주할 것을 권한다. 물론 그 역시 이 과정에서 느낄 불편과 부담을 인정한다. 자신에게 가장 약한 부분을 꺼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무거움과 마주하는 과정이 회복에 있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병을 낫기 위해선 치료하면서 오는 고통을 견뎌야 하듯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한다. 그래서 작가를 따르면 독자는 이 과정을 통해 작문실력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한 층 성숙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저자는 작문에 대한 막연함을 가진 사람들, 특히 그중에서도 고민이 많지만 풀어낼 곳이 없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독자층으로 삼았다. 이 책은 기술적인 책이 아니다. 책 제목에 글쓰기가 있고 본문 역시 작문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져있으나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다. 대신 이 책은 작문과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작문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입문서 역할을 한다. 여기에다 작가는 직업적 경험을 토대로 회복을 더한다. 글쓰기를 통해 회복을 경험한다는 말이 비과학적으로 보여도 저자의 경험과 필력은 이 책을 일반적인 작문서와 다른 차별성을 주면서 동시에 독자들의 내면치료까지 가능케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충실히 본인의 주장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필자는 작문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두려워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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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리더 - 왜 우리는 문제적 리더와 조직에 현혹되는가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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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파헤치는 나르시시스트

이기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공존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필수 과제다. 개개인의 장단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집단을 이뤄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이익의 합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 질서에 순응하고 대가로 사회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의 대다수는 질서에 순응하며 살지만 몇몇 사람들은 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이익에만 초점을 두고 산다. 이들은 자기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산다. 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자기 때문에 공동체가 무너지거나 타인이 손해 보는 건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본인의 이익뿐이다. 때문에 이들이 타인의 조언이나 비판을 무시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우리들은 이런 사람들을 이기주의자라 부른다.

이 책의 제재인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주의자의 연장선에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을 절대 선으로 규정하고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세상을 자신과 그 외의 것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선과 악으로 규정한다. 여기서의 선은 당연히 자신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결점이 없다고 여기며 이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이들이 현혹하는 주된 대상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타인의 의견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그럴듯한 모습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쉽게 넘어간다. 사실 이들이 보여준 건 어리숙하게 꾸며놓은 근자감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카리스마라 여기고 리더에게 충성을 다한다.

나르시시스트가 리더의 위치에 올랐을 때 관계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오늘날 세상에는 수많은 나르시시스트가 있으며, 그중 일부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리더 자리에 올라있다. 문제는 나르시시스트가 리더가 되었을 때 발생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본인의 본분을 잊고 자기중심적인 정책만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정책만 펼치려 하며, 때로는 이 과정에서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타인의 걱정 혹은 비판에 반응하지 않는 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결과 작게는 조직원 간의 불화가 생기고, 크게는 조직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한다. 나르시시즘이 극단적일수록 독재 형태를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재자들을 생각해보자. 불통, 자기(혹은 자국민) 집단 우월주의, 반대파 탄압 등 나르시시스트가 지닌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에게 현혹되면서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시스트를 분석하고 나아가 이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활용하여 심리학적으로 나르시시스트를 분석한다. 저자의 전략을 요약하자면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다. 저자는 자신의 저서 중반부까지 나르시시스트의 모습과 이들의 전략을 분석하고 마지막에 이들을 대처하는 자세를 기술함으로써 나르시시스트를 샅샅이 파헤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나르시시스트 리더에게 열광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마주하고 자립할 힘을 기르라고 호소한다.

또한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날 가장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모습을 한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을 설명할 때 그를 주된 예시로 사용한다. 책 전반적으로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인 걸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본문 내내 비판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단순히 트럼프를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비판에 그치지 않고 나르시시스트에 대응하는 법 혹은 나르시시즘을 벗어나는 법 등으로 확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물론 책 곳곳에 그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이나 많은 우려와 걱정을 표하기도 한다. 책 말미에 기술한 심리 학회의 성명서는 작가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한다. 어쩌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를 읽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쓰였다. 특히 자기중심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 때문에 마음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 이 책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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