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공존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필수 과제다. 개개인의 장단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집단을 이뤄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이익의 합을 극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 질서에 순응하고 대가로 사회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질서에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의 대다수는 질서에 순응하며 살지만 몇몇 사람들은 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이익에만 초점을 두고 산다. 이들은 자기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산다. 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자기 때문에 공동체가 무너지거나 타인이 손해 보는 건 이들에게 중요치 않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본인의 이익뿐이다. 때문에 이들이 타인의 조언이나 비판을 무시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우리들은 이런 사람들을 ‘이기주의자’라 부른다.
이 책의 제재인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주의자의 연장선에 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을 절대 선으로 규정하고 모든 일을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세상을 자신과 그 외의 것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선과 악으로 규정한다. 여기서의 선은 당연히 자신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결점이 없다고 여기며 이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이들이 현혹하는 주된 대상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타인의 의견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그럴듯한 모습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쉽게 넘어간다. 사실 이들이 보여준 건 어리숙하게 꾸며놓은 근자감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카리스마라 여기고 리더에게 충성을 다한다.
나르시시스트가 리더의 위치에 올랐을 때 관계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오늘날 세상에는 수많은 나르시시스트가 있으며, 그중 일부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리더 자리에 올라있다. 문제는 나르시시스트가 리더가 되었을 때 발생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본인의 본분을 잊고 자기중심적인 정책만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정책만 펼치려 하며, 때로는 이 과정에서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타인의 걱정 혹은 비판에 반응하지 않는 건 이제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결과 작게는 조직원 간의 불화가 생기고, 크게는 조직 자체가 흔들리는 일이 발생한다. 나르시시즘이 극단적일수록 독재 형태를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독재자들을 생각해보자. 불통, 자기(혹은 자국민) 집단 우월주의, 반대파 탄압 등 나르시시스트가 지닌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에게 현혹되면서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시스트를 분석하고 나아가 이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활용하여 심리학적으로 나르시시스트를 분석한다. 저자의 전략을 요약하자면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다. 저자는 자신의 저서 중반부까지 나르시시스트의 모습과 이들의 전략을 분석하고 마지막에 이들을 대처하는 자세를 기술함으로써 나르시시스트를 샅샅이 파헤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나르시시스트 리더에게 열광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마주하고 자립할 힘을 기르라고 호소한다.
또한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날 가장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모습을 한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을 설명할 때 그를 주된 예시로 사용한다. 책 전반적으로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인 걸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본문 내내 비판했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단순히 트럼프를 비판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비판에 그치지 않고 나르시시스트에 대응하는 법 혹은 나르시시즘을 벗어나는 법 등으로 확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물론 책 곳곳에 그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이나 많은 우려와 걱정을 표하기도 한다. 책 말미에 기술한 심리 학회의 성명서는 작가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한다. 어쩌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를 읽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쓰였다. 특히 자기중심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 때문에 마음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 이 책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