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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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나의 데미안을 찾아서

새로운 세계에 가기 위해선 기존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흐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우리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틀과 마주한다. 이 틀은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성질도 정해진 게 없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 틀은 하나로 끝나지 않고 오락실 게임처럼 우리가 성장할 때마다 우리를 가로막는다.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때마다 틀을 깨트려야 한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하지만 기존 세계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지금까지 이런 상황과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오는 내적 갈등 역시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면 한 층 성숙해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데미안은 이런 과정을 풀어낸다. 이 책은 싱클레어라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가 성장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다룬다. ‘올바른 세계가 전부라 생각했던 소년이 다른 세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적 갈등이 시작되었고, 이 갈등은 그가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세계와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런 상황은 그에게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가 처음 갈등 상황과 마주했을 때, 그는 사람 버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피폐한 상태로 살았다. 다른 세계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할 수 있던 일은 고민하며 끙끙 앓거나 방탕한 삶을 통해 고뇌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그런 그를 도와준 사람이 데미안이다. 세계를 깰 줄 몰라 고뇌하던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새로운 세계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그가 행동할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 데미안의 도움을 받은 싱클레어는 결국 기존 세계 탈출에 성공한다. 새로운 세계의 맛을 본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삶을 좇는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에게 영감을 얻어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한편 이 이야기는 작가, 그리고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본문에 등장하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 내적 갈등, 전쟁 등의 설정들은 작가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저자는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는 그를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 신학교에 입학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방황을 자처하며 삶을 보낸다. 한편 책이 출판된 시기는 1919년으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다. 당시 유럽 전역은 전쟁의 상처로 가득했으며, 그의 모국 독일은 패전국이 되어 절망 가운데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통해 대중에게 바란 것은 각성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내면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실의 안주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변화와 투쟁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는 출간 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이 책을 찾는 독자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데미안을 만나길 바란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해 성숙해졌듯이 우리도 데미안을 통해 성숙해지자.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같이 혼란에 빠지지 말고 참된 자아를 지켜야 한다. 고민하자. 지금의 내가 진정한 나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순간이 틀에 깨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타인이 규정하는 나에서 벗어나 진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과정 가운데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작가가 제목을 싱클레어가 아닌 데미안으로 정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이 바로 데미안이다.

 

한편 데미안의 많은 역본이 있는데, 올해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한 데미안은 젊은 층이 읽기에 좋다.

젊은 감각의 일러스트나 현대식으로 해석한 소단원 등은 데미안과 우리 사이의 100여 년의 간극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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