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생각하다 - 행복한 미래 도시를 위한 비판과 상상
장디페이 지음, 양성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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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생각하다

 

조각을 만드는 데에는 칼, 망치, 톱 등 다양한 도구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계획이다.

 

원석을 칼로 잘라내든, 망치로 두드리든, 사포로 문지르던 간에 치밀하고 섬세한 계획안에서

다루어야만 탄성을 자아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칼로 잘못 잘라내고, 망치로 더 많은 부분을 부수어 버리고, 어설픈 사포질로 거칠게 표현되어 버린다면 아무리 좋은 원석일지라도 일순간

시간을 때우는 장난감으로 전락되어 버리고 만다. 도시를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지만 역시 첫번째는 계획이다.

 

여기서 계획이란 노력은 공간과 시간을 고려한 커다란 행동이어야 한다. 도시는 개인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자 살아가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안그라픽스의 도시 시리즈 중 하나인

<도시를 생각하다>는 발전이란 이름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는 중국의 성장통에 관한 책이다.

저자 장디페이는 이러한 아픔을 더 후벼 파내지만 궁극적으로는 치료를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재차 여러 글을 통해 느낀다.

 

한때 중국은 네모난 지구 안에서 오랜 세월을 버텨온 강대국이었다. 동양의 거인이 무너진 건

서양의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그 뒤로 중국은 고생 끝에 다시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국은 빨간 수건으로 제 몸을 가리고 만리장성보다 높은 성벽을 쌓아 올렸다. 다행이(?) 이 벽은 그리 오래 버티지 않았다. 이번에는 외압이 아닌 중국 스스로 성벽을 부수고 주변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이제야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말이다. 이렇게 보여지는 중국의

세계화는 멋진 듯 보이지만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좋게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무분별한

세계화는 다원화와 함께 평준화를 초래(12P)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곳저곳 멋지게 다듬어진  옛 도시이라지만, 전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도시 중에 하나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한 이유 중에는 남들보다 더 빨리 세계화의 중심에 서고 싶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생각이 도시를 만드는 장기간의 노력이 아닌 빨리 쫒아가기 위한 요행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인 셈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도시를 생각하다>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 건

장디페이의 글이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잘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도 머리말에 앞서 이 점을 꿰뚫고 있는 걸 보면 결국 이 모든 건 급하게 먹어 삼킨 서양 문명 때문인 듯 싶다.

 

 

속도(P39) / 도시를 생각하다 中

 

다윈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은 어디 있을까?(중략)

 

현대 도시에서 속도의 주체는 더 이상 우리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우리는 독재자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않지만 시장, 명예, 이익, 여론, 상식과 같은 무형의 권력 앞에서는 쉽게 무릎 꿇고 만다. 심지어 기계의 권력에 휘둘리는 처지가 됐다.(중략)

 

사람들은 ‘빠름’을 원한다. 욕망과 꿈을 위해 끊임없이 전진하며 더 많이 소유하고 정복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느림’을 원한다. 그 옛날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그 박자를 되찾기 위해서다. 우리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과보는 늘 머리 위에서 유혹적으로 빛나는 태양을 손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과보가 태양 가까이 닿는 순간 그의 목숨이 사라졌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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