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건축, 소통과 행복을 꿈꾸다
이훈길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도시를 걷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태어나면서부터 수분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걷는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자연스러운 흐름은 태어나면서부터 네 발로 기는 일이 익숙해 보이는 인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일어서서 평생을 걷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걸을 수 없게 되는데 그때는 무덤을 향한 걸음이 시작된다. 걷는다는 것은 생명의 움직임이다.

 

물론 이러한 예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걷는다는 것은 소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회는 이러한 회색 희망을 가진

사람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같은 하늘 아래 도시 안에서 태어난 장애인에게 걷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미 두 발로 걷고 있는 내 자신이 그들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부족함이

많이 따를지라도, 사고는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고 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저 앉아버릴

나날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금이나마 그들에 대해 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걸어가기 앞서,

 

인간으로서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도시를 걷다>를 읽으면서 생각났던, 혹은 전반적으로 묻어나는 메시지였던 이러한 질문에서

연상되었던 것 중에 하나는 지하철 노약자석-책에도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다-이었다.

‘노약자석’ 이라는 명칭으로 객차 구석에 떡하니 마련된 자리는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동방예의지국을 계승하려는 목적으로 형성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 예의를 지키는 것일까?

예라는 것은 첫번째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고 두 번째로 그에 걸맞는 행동이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었던가. ‘잔디를 밟지 마시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밟지 말아야 하는지를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노약자 석이라는 명칭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보다 더 심각하게 느끼는 점은 노약자 석이 이상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진 노약자 석은 이제 젊은 세대들에게는

특수한 자리가 되었다. 노약자석 자리가 비어 있어도 대부분 앉는 것을 꺼려하거니와

어린 학생들은 노약자 석을 앉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놀리기까지 한다.

  심지어는 만원 객차 안에 노인 한분만 앉아 있고 그 주위를 빙 둘러있는 사람들까지 보게 된다.

모든 사람 모든 승객들을 위해 만들어 진 자리는 노약자를 보호한다는 텍스트 덕분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자리가 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가 생각한 아름다운 지하철 문화는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지하철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생각하고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으로서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걷는 행위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도구를

이용해 걸을 수 있고 그에 부합되는 배려가 주변에 배치 되어 있어야 한다. 도시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이루어져 있지가 않다.

<도시를 걷다>는 장애는 불행한 것이 아니라 불편한 것이다 라고 호소하고 있다.

장애로서 사람을 구분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걷기 좋은 환경이 도시에 만들어지고

그에 걸맞는 시각이 필요하다.

 

최근 지하철에 임산부 자리를 개설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노약자 석에 임산부도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양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 후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각의 변화다. 시각의 변화를 위해 힘써보는 건 힘든 것인가.

정책을 만들기 앞서 임산부나 노약자의 입장을 되어보는 프로그램으로 교육해 보는 건 어떨까?

휠체어를 타고 오르는 길을 규정대로만 만들지 말고 감독관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 모든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휠체어 데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이런 일은 그저 회색의 희망에 불과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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