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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보다 - 100 lessons for understanding the city
앤 미코라이트.모리츠 퓌르크하우어 지음, 서동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도시를 보다
내가 생각하는 안내서란 어떤 것에 관한 설명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적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그라픽스의 도시 시리즈 <도시를 읽다>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된 <도시를 보다>의 첫인상은
안내서였다. A5 보다도 작은 판형에 얇은 두께 때문에 가볍게 떠올린 생각이었는데,
책을 완독한 뒤에도 첫인상의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도시를 보다>는 도시를 바라보는 안내서였다.
<도시를 보다>는 세계 유명한 도시 중에서 뉴욕의 소호를 선택했다. 70년대 병든 도시에서 지금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소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소호로 바뀌어 냈을까.
이러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며 시작한 첫 번째 챕터는
사람들은 햇살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 이다.
도시가 만들어지는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모여 부락을 이루고, 마을을 이루고, 도시를 만든다.
도시는 어둠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외부의 적과 내부의 공존을 위한
빛 속에서 만들어졌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은 빛 아래에서 움직이며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도시를 보다>에서, 빛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첫 번째 챕터로 삼았다는 점은 나에게는
안전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말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햇살 아래에서 걷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두웠던 주변을 환하게 밝힘으로 자신의 시아로 주변을 파악하는 것이 쉽다는 말 아닌가.
설령 어두워진 저녁이라 할지라도 거리에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상점의 화려한 불빛이
거리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햇살 아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도시가 구성하면서 만들어진 길에 보여지는 특징(가게, 표지판, 신호등, 가로수 등)들은
하나의 데이터로서 각인되고, 이후에 같은 공간에 들어서게 되면 보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걷더라도 여기저기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유니폼을 보게 된다면 낯설었던 느낌이 반감되었던 걸 생각해 본다면 도시 안에 사람과 안전에 대한 연결고리가 재밌게 보인다.
사람이 안정을 취하면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은 소비다. 소비는 무엇인가를 먹고 마시며 보고
즐기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소비가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타남에 따라 특색있는
지역이 형성되고, 사람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에 의해 규모는 점점 커지게 된다.
평범한 커피숍이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거대자본에 입각한 새로운 커피숍으로 생겨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로 비춰지는 것은 책에도 나타나는 바로 더욱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여기서 <도시를 보다>의 안내 덕분에 나누고 싶은 흥미로운 관점이 있다. 상점과 노점상은
서로 돕는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노점상은 상점 앞에서 임대료 없이 장사를 하고 상점은 노점상에
모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노점상은 거리의 활력을, 노점으로 인해 좁게 형성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소비를 불러 일으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에 대한 이해도가 적어 사라지게 만드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다시 살리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를 인공적으로 바꾼다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일같이 느껴진다. 이점에 있어서 현재 노점상을 무작정 몰아내는 계획을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사뭇 걱정이 된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짧게 논해본 도시를 바라보는 안내서 도시를 보다.
안내한다는 것은 짧고 명료하되 그 뒤에 덧붙일 이야기를 독자의 몫이다. <도시를 보다>를 통해
우리 주변의 사례를 읽어내는 것만 아니라
그 뒤에 이야기도 읽어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