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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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순응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 지는 것

 

이 시는 ‘박노해 시인 -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의 한 구절로 책의 서두에 등장한다.

책의 그 다음으로는 수도원을 걸어가는 한 사람의 사진이 나타나고, 여행이 가지는 매력에

관한 첫 장이 시작된다. 제목에 관한 정의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걸어가는

한 사람(필자)이 심플하게 정리된 점을 보면 이 책의 구성이 참 잘되어 있음을 느낀다.

 

“내가 여행을 통해 얻는 첫 번째 유효함은 ‘진실의 발견’에서 비롯된다.” _15p

 

 

물론 구성만 좋다고 좋은 책은 될 수 없다. 책 본연이 가져야 할 글의 힘 또한 중요하다.

이 책은 25개의 장(章)의 글의 분량을 보면 한 장의 글씨는 페이지의 반에 불과하고,

한 장(章)은 약 5~6 페이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안에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행을 통한

다양한 건축들을 소개하며 작가가 가진 다양한 시각을 절도있게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우리 조상이 남긴 건물에 대해서 많은 글을 할애 했으며

마냥 찬양이 아닌 질책(보존문제)을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서스름없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전체 길을 죄다 콘크리트로 깔아 덮었고 해괴망측한 석물들을 곳곳에 세워 보이지 않는 길의 아름다움을 추악한 길로 뚜렷이 바꿔 놓았다. 결단코 가지 마시라" _ 145p

 

 

그리고 25 장으로 나를 사로잡았던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모든 건축과 도시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말하면서 잠시후 다시 이렇게 말한다.

 

“영원한 것은 우리가 같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며 그 기억만이 진실한 것이다”_ 275p

 

 

난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을 좋아한다. 건축을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 분의 건물을 본 것도 아니고,

그 분을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다. 오로지 책을 통한 인연으로 좋아한다.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동안 세워 왔던

건축의 철학과 글 속에 묻어나는 깊이 있는 말씀 때문이었던 것 같다.

 

‘국내에 건축과 책을 이렇게 지어내는 분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라며 작고를 아쉬워 했었다. 이런 아쉬움이 또 다른 인연을 부른 모양인 것 같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은 후에 정기용과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건축가 정기용을 좋아했지만 아직 건축가 승효상을 모르는 분이 있다면

나는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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