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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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할까?’ SNS를 보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한 번쯤은 문득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지 않은가? 보통 그럴 때면 ‘금융 치료’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내 택배가 도착하면, 여행이나 호캉스를 끝내고 집에 오면 얼마 안 가 마음 한편이 허전해져 또다시 고민한다. ‘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할까?’ 하고.


사회심리학자인 김태형은 이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을 던져준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바라는 행복이 가짜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책인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기존에 팽배해 있던 물질주의 행복론에 반박하며 진정한 행복을 함께 찾아 나서길 권한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해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던 그는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으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 돌아와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이자 연구자, 교육자, 저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독특한 이력에서 시작된 색채는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풍요중독사회> <혐오 시대 헤쳐가기> 등을 비롯한 이제까지의 저작에서만이 아니라 이번 책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1부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서 자본가 계급이 주도하는 물질주의적 행복론의 허점을 짚어내며 왜 우리가 물질주의로는 행복을 이룩할 수 없는지를 논한다. 2부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에서는 주류 심리학이 개인의 일시적인 쾌감을 행복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행복은 유전적 요소, 마음가짐과 같은 개인적 요소에 달려 있다는 기존의 주장들을 뒤집어엎는다.


3부 ‘진짜 행복 만드는 사회’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소개하며 개인 중심의 행복론이 아닌 사회 중심의 행복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4부 ‘참다운 행복을 찾아서’에서는 삶의 목적의 실현, 사람다운 윤리적이고 건강한 삶, 자유, 그리고 창조적인 활동 즉, 노동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들이라고 소개하며 함께 참다운 행복을 찾아가기를 제안한다.


욜로, 힐링, 마음챙김, 소확행과 같은 개인의 (물질적) 노력이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나름대로 불행한 사회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어쩌면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바는 당장 혹은 순간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닌, 행복한 ‘삶’을 일궈내기 위한 조건이다.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아등바등 노력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그런 눈속임용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닌 쾌감이라는 일시적인 기분에 불과하다. 먹고살 걱정인 생존 불안 혹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존중 불안 없는 모두가 평등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어야 개인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파편화된 개인들이 연대하며 함께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를 촉구한다.


대세 심리학에 반기를 들며 다소 거칠게 전개되는 저자의 주장은 저자에게 붙여진 별명 ‘싸우는 심리학자’가 연상될 정도이다. 그러나 불편함에도 쉽게 책을 덮지 못한 이유는 그가 던진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 맞냐는 그 질문이 너무나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의견에 완벽히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렇다면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물으면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된다.


왜 행복하지 못한 것인지 스스로를 탓하며 불행의 늪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달콤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는 않겠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며 앞으로의 나의 행복을 위한 밑바탕을 다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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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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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솔직해서, 시원한 사이다만 들이마시는 것처럼 인생을 사는 귀여운 샐리가 들려주는 일상 공감 소설집.

언제 가장 내 인생이 꼬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가? 이에 대한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인생이 꼬이는 시점은 내 스스로에 솔직하지 못하는 때일 것이다. 늘 솔직할 수는 없다지만, 남들의 기준만을 쫓아 살다보면 진짜 나를 잊게 되어 내 삶의 기준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 지금이 바로 이 책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을 읽어야 할 시간이다.

책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은 네이버와 라인 프렌즈가 협업하여 만든 '브라운 앤 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네이버 블로그 이모티콘으로 익숙한 얼굴들인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 프렌즈'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인 '브라운 앤 프렌즈'들이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귀여운 샛노란 몸통에 그렇지 않은 무표정한 표정의 캐릭터인 샐리가 주인공이다.

이 시리즈는 캐릭터마다 담당 작가가 다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작고 깜찍한 샐리의 이야기를 그린 저자 김아로미는 2014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한 작가로,연극과 창작 동화 그리고 웹트라마인 <힙한선생>의 극본을 공동집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영화와 드라마 극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책은 브라운 앤 프렌즈를 처음만나는 사람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캐릭터 소개로 책을 시작한다. 얼굴만 알았지 이름도 몰랐던 캐릭터들이 이 소개 덕분에 입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짧지만 샐리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명징하게 드러난 프롤로그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샐리와 친구들의 아홉 가지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출근하기 싫다.'

'어떻게 하면 걱정을 안할 수 있을까?'

'더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다.'

일상에서 마주친 고민들을 샐리와 친구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가가 주된 줄거리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샐리와 친구들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다.

캐릭터가 주가 되는 소설이니까 유치하기만 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 책 속 샐리와 친구들은 제법 진지하게 누구라도 한번쯤 해봤을 일상 속 고민을 다룬다. 때로는 소설적(혹은 만화적?) 해결법으로 고민이 마무리가 되기도 하지만 이들이 던지는 메세지는 나름 묵직하다.

이야기 속에서 샐리는 캐릭터 친구들뿐 아니라 우리네 답답한 일상 속에서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대신 해내주는 캐릭터이다. 내 감정과 내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기 리듬에 맞춰 인생을 즐기는 샐리의 모습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이상향과 같다. 샐리는 비현실적인 욜로 족도 아니다. 자기를 잘 알기 때문에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법도 잘 알고 인생을 산다. 이런 샐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부러우면서도 대리 만족을 하게 된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마음 속에서 '인생은 샐리처럼'을 중얼거리게 된다.

소설도 참 귀엽고 매력만점이지만, 캐릭터 스토리북답게 아낌없이 색을 쓴 일러스트가 꽉꽉 들어차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 포인트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마음의 힐링을 느낄 법하다. 올컬러를 구현하다 보니 종이도 무척 탄탄하고 좋은 것을 써서 소장하기에 무척 용이하다. 표지는 양장본은 아니지만 책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후가공을 써서 이 책의 귀여움을 배가시킨다.

깜찍한 라인프렌즈 캐릭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물론, 독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을 책이다. 그렇기에 선물용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일러스트는 물론 신경 쓴 전체 디자인과 한 편당 분량이 그리 많지도 않고, 일상 이야기를 다뤄 너무 무겁지도 않은 글 덕에 누구라도 유쾌 상쾌하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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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에드워드 캐리 지음, 공경희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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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가장 변두리에 있던 소녀 리틀, 요동치는 18세기 파리의 순간순간을 밀랍상으로 포착하고 재현하다.


18세기 파리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혹자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빵 이야기를, 프랑스 혁명을, 단두대를, 나폴레옹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는 18세기 파리라는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을 교과서에서 또는 매체에서 그린 모습대로 기억하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 여성이며, 하녀의 신분을 가진 '리틀'이라는 소녀의 일생을 담은 역사 소설 <리틀>은 파란만장했던 18세기 파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다.  


역사소설 <리틀>의 작가인 에드워드 캐리는 <전망대 맨션>, <알바와 이르바> 등의 소설을 써서 뉴욕타임스, 더타임스 등지에서 '올해의 베스트'에 등극한 영국의 소설가이다. 또한 비주얼 아티스트이며 극작가이기도 한 그의 예술적인 능력은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그가 직접 그린 섬세한 일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집필한 소설 <리틀>은 파리 도서상, 월터스콧상, 영국왕실문학회 온다테제상, 역사작가협회최우수 역사소설부문, 더블린 문학상 등 유력 문학상의 후보작이 되기도 했다.  


책 <리틀>은 1761년에 시작되어 1850년에 끝난 리틀, 아니 안네 마리 그로숄츠의 일생을 그녀에게 의미 있는 사건들로 나누어 9부에 걸쳐 재현한다. 마리는 파리로 건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 밀랍 두상 전시관 '닥터 쿠르티우스의 캐비넷'에서 스승을 도와 여러 사람의 밀랍 두상을 제작하며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맞이하게 된다. 스위스 태생의 고아인 하녀라는 정체성은 그녀가 혁명의 중심인 파리에 있음에도 역사를 변두리에서 보게 만든다. 혁명의 주체가 아닌 주변인으로서 그녀가 겪은 프랑스 혁명은 잔혹했으며 시시때때로 변하는 폭풍과도 같이 그녀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하녀라는 신분과 억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자유를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애정하는 인물들의 죽음과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며 이전까지의 사회와 뼈아픈 작별을 하게 된다. 이런 묘사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던 18세기가 그야말로 혼돈으로 가득찬 과도기였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 마리는 하녀임에도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인물이다. 하고 싶어하는 일을 명확히 알며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널리 펼치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감정에도 솔직하여 자신이 애정하는 인물에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듯 늘 솔직하고 주관이 뚜렷한 그녀를 이야기 속 세간에서는 괴팍하고 이상한 소녀, 여자로 인식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현대적이며 현실적인 여성상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한편 책 속에서 밀랍상으로 대표되는 '기록된 역사'에 대한 평가와 태도의 변화는 기록되고 재현된 역사의 한계를 보여준다. 즉, 어떤 맥락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밀랍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가치 판단을 하지 않기에 무언가를 재현하기에 가장 완벽한 물질인 것처럼 나온다. 밀랍으로 만든 모형들은  대상을 재현하며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분신이 되어 기억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모형이 되는 대상은 '선정'된다. 그 기준은 내가 사랑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우러러 볼 사람, 사람들이 무서워하며 경시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늘 한결같을  수 없는 법. 요동치는 18세기 파리에서 인물상의 평가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기록되어야 할 것과 기록되지 말아야 할 것의 기준과 그 이유도 변화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본떠서 재현되는 순간, 이들이 왜 기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변화하며 한편의 이야기가 되어 역사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기나긴 겨울을 어떻게 보내면 유익하고도 재밌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비록 이 책은 역사소설이지만 딱딱한 교과서 속 지식이나 영화 <레미제라블>로만 프랑스 혁명을 기억하는 당신이 몰랐던 프랑스 혁명의 입체적인 모습을 만나보고 생각해 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624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장편 소설임에도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이 이야기에 빨려들어갈 것이다. 역사 교과서나 사회 교과서, 인문학 강의 등에서 만났을 법한 실존 인물들과 마리의 행적이 겹칠 때마다 반가움과 역사적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장에 숨겨져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 순간 뒷통수를 맞은 듯한 얼얼함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p.s)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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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발명
수 몽크 키드 지음, 송은주 옮김 / 아케이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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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요약: 19세기 미국 노예제 폐지 운동가이자 여성 운동의 선구자였던 사라 그림케의 삶을 바탕으로 한 장편 소설

 

이 책은 노예제와 여성의 권리라는 가장 어두운 문제에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사라 그림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이다. 이렇듯 현재까지도 첨예한 문제를 다루며 2014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고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추천도서가 되기도 했다.

 

소설은 미국 남부의 백인 판사 집안의 딸 사라 그림케와 그녀의 열한살 생일 선물로 주어진 흑인 노예 핸드풀(헤티)를 오가면서도 전혀 부산스럽지 않은 잘 짜인 구성을 선보인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관계는 우정으로 똘똘 뭉친 백인 소녀와 흑인 소녀가 함께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려한다는 동화가 절대 아니다. 노예제 폐지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시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사라와 그런 사랑 태도를 이해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살고자 저항하는 핸드풀의 모습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이게 바로 날개가 있었던 자국이란다. 지금은 이렇게 납작한 뼈밖에는 안 남았지만, 언젠가는 날개를 되찾게 될 거야."

-날개의 발명pp. 12

 

책의 제목 '날개의 발명'이 보여주듯 이 책에서 나타나는 자유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사라와 핸드풀, 그리고 니나, 샬럿, 덴마크와 같이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자유를 만들어나가려고 발버둥친다. 그들은 머릿속으로만 자유를 그리지 않는다. 용감하게 행동으로 그들의 자유를 빚어낸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작은 저항에서부터 큰 저항까지 다양한 저항을 보인다. 이를 통해 누구도 감히 입밖으로 꺼내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단 자유를 발명한 것이다.

 

"찻잔 받침에 뭐가 있나 보세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단추였지만, 그녀는 단박에 알아보았다.

"어떻게……. 핸드풀 왜 이걸 가지고 있었니?"

사라는 단추를 건드리지 않았다. 보기만 했다.

내가 대답했다. ", 그렇게 됐어요." 그러고는 문으로 갔다.

-날개의 발명pp.205

 

이 이야기는 사라 그림케라는 실존 인물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이지만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 또다른 주인공인 핸드풀(헤티)이다. 역시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어린 나이에 죽었던 핸드풀이 소설 속에서는 또다른 시점을 제공하는 중요한 주인공으로 나타난다. 핸드풀은 사라 그림케와 대응하는 존재로서 일종의 동반자인 것처럼 그려진다. 이런 핸드풀의 존재에서 연대라는 가치가 강조된다고 읽어냈다. 이 책 속에서 연대라는 가치는 자유의 발명을 위한 중요한 기둥이 되어준다. 각자가 그리는 자유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들은 함께 행동함으로써 더 큰 힘을 가지고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흑인 노예인 핸드풀과 백인 부잣집 딸인 사라의 연대는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집단의 연대이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에서 내가 흥미롭게 바라본 또다른 지점은 바로 노예제 폐지 운동과 여성 운동의 연대가 이뤄지는 부분이다.

 

왜 꼭 둘 중 하나여야만 하나요? 언니와 나는 노예제 폐지를 위해 일하기를 멈춘 적이 없어요. 우리는 노예와 여자, 둘 다를 위해서 말하고 있어요. 우리가 그렇게 구속당하지 않는다면 노예들을 위해 백배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나요?

-날개의 발명pp.500

 

노예제 폐지를 외치며 여성들도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라고 요구하는 사라 그림케에게 이 책의 남성 운동가들은 대의인 노예제 폐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니 분열을 일으키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두 문제 모두 중요한 문제였고 우열을 나눌 수 없는 문제였다. 오늘날 일어나는 문제들 모두 마찬가지다. 세상의 모든 일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열을 나누어 무엇부터 해결하고 순서대로 해결할 수 없다.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으니 함께 나아가겠다는 생각을 해야 제대로 된 한걸음을 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단순히 페미니즘 소설이라거나 인종차별에 관한 책이라고만 소개하고 싶지 않다. 비록 이 책에서는 두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나는 범위를 좀 더 넓혀 인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딱딱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인권 문제를 이 책은 소설이라는 장르 특유의 흡입력을 통해 좀 더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인권 문제에 다가가야 할지까지 제시해주고 있다.

 

편집과 번역 역시 매끄럽다. 고생하신 편집자 분과 번역가 분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번역가가 폴 오스터의 <선셋 파크>를 번역하고 번역상을 탔을 정도의 전문가이니 번역 수준만큼은 믿고 읽어보시길!

 

 

P.S.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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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 캐롤 수녀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해야 할 것들>
캐롤 재코우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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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똑같은 새해 계획 세우기는 재미없어서 고민하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수녀님이 재미를 논한다니 처음에는 얼마나 재미있으려나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읽고 보니 웬걸, 이 수녀님 심상치 않은 분이었다.

고릴라 코스튬을 입고 학생들 앞에 서서 강연을 했다니. 상식을 뛰어넘는 멋진 수녀님이었다.

수녀님이니까 종교적인 색채가 짙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전도 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정도라 거부감도 전혀 들지 않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트렌드처럼, 수녀님이 추구하는 재미는 일상에 숨은 재미이다. 캐롤 수녀님은 나도 모르게 지나쳐버리는 수많은 소소한 재미들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도피처를 만들라는 챕터와 수녀처럼 살아보기라는 챕터가 인상 깊었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한 일드의 제목처럼, 수녀님은 가끔 도망칠 줄도 알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도망치는 것은 현실도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나의 창의력을 기르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수녀처럼 살아보기 챕터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수녀 생활을 알아볼 수 있다. 수녀는 결혼하지 않고 자매들끼리 연대하여 자립한다는 점에서 오늘 날 페미니즘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이렇듯이 조금 다르게 살아보는 방식은 우리에게 다른 시선을 일깨워준다.

 

이 책의 매력포인트는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타인과 어울려서 함께 즐거워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나 자신이 즐겁게 살기 위해 나 자신을 탐구하고, 끝없이 즐거울 궁리를 하는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에 대한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계에 적용한다. 타인을 어떤 마음으로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지까지 연결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도 알려준다. 이 부분이야말로 수녀님이 저자의 특징이 가장 드러나면서도 다른 소확행 책과의 차이가 아닐까?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알차게 한 해를 보내기 위해 꼭 해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2019년 한 해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한 소소하지만 알찬 팁들을 캐롤 수녀님이 유쾌하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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