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 -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할까?’ SNS를 보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한 번쯤은 문득 나만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지 않은가? 보통 그럴 때면 ‘금융 치료’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내 택배가 도착하면, 여행이나 호캉스를 끝내고 집에 오면 얼마 안 가 마음 한편이 허전해져 또다시 고민한다. ‘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할까?’ 하고.


사회심리학자인 김태형은 이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을 던져준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바라는 행복이 가짜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책인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는 기존에 팽배해 있던 물질주의 행복론에 반박하며 진정한 행복을 함께 찾아 나서길 권한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해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던 그는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으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 돌아와 심리연구소 ‘함께’의 소장이자 연구자, 교육자, 저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독특한 이력에서 시작된 색채는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풍요중독사회> <혐오 시대 헤쳐가기> 등을 비롯한 이제까지의 저작에서만이 아니라 이번 책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1부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서 자본가 계급이 주도하는 물질주의적 행복론의 허점을 짚어내며 왜 우리가 물질주의로는 행복을 이룩할 수 없는지를 논한다. 2부 ‘심리학은 어떻게 행복을 왜곡하는가’에서는 주류 심리학이 개인의 일시적인 쾌감을 행복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행복은 유전적 요소, 마음가짐과 같은 개인적 요소에 달려 있다는 기존의 주장들을 뒤집어엎는다.


3부 ‘진짜 행복 만드는 사회’에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을 소개하며 개인 중심의 행복론이 아닌 사회 중심의 행복론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4부 ‘참다운 행복을 찾아서’에서는 삶의 목적의 실현, 사람다운 윤리적이고 건강한 삶, 자유, 그리고 창조적인 활동 즉, 노동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소들이라고 소개하며 함께 참다운 행복을 찾아가기를 제안한다.


욜로, 힐링, 마음챙김, 소확행과 같은 개인의 (물질적) 노력이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나름대로 불행한 사회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어쩌면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바는 당장 혹은 순간 행복해지는 방법이 아닌, 행복한 ‘삶’을 일궈내기 위한 조건이다.


행복해질 수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아등바등 노력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그런 눈속임용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닌 쾌감이라는 일시적인 기분에 불과하다. 먹고살 걱정인 생존 불안 혹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존중 불안 없는 모두가 평등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어야 개인들이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파편화된 개인들이 연대하며 함께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기를 촉구한다.


대세 심리학에 반기를 들며 다소 거칠게 전개되는 저자의 주장은 저자에게 붙여진 별명 ‘싸우는 심리학자’가 연상될 정도이다. 그러나 불편함에도 쉽게 책을 덮지 못한 이유는 그가 던진 질문,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 맞냐는 그 질문이 너무나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의견에 완벽히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렇다면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물으면서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된다.


왜 행복하지 못한 것인지 스스로를 탓하며 불행의 늪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달콤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는 않겠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찰하며 앞으로의 나의 행복을 위한 밑바탕을 다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