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자매는 두 살 터울, 장화와 홍련은 세 살 터울이다.
자매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우애를 다룬
<장화홍련전>을 웅진주니어 재미만만 우리고전으로 처음 읽혔다.
나도 큰 아이 처럼 초3 무렵에 장화홍련이야기를 처음 읽었는데
장화홍련이 귀신으로 나오는 부분이 너무 무섭고,
쥐의 껍질을 벗겨 갓낳아 버린 태아로 누명씌우는 부분이 징그럽고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아이한테 보여줄까 말까를 고민하다 '고전'의 내용이 권선징악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것이라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쁜 꽃도 나오고 내눈에는 약간 무서운 자매가 고운 한복을 입고 서있다.
그 뒤에 자매를 괴롭히는 계모와 이복동생 장쇠의 사악한 모습이
익살맞아 보일 정도로 귀여워 보인다.
장화홍련의 아버지인 배 좌수가 무언가 놓쳐버린 모습으로 연잎 사이에 보인다.
책이 예쁘다고 좋아한다.
여자애들은 책표지가 얼마나 예쁘냐에 따라
읽을지 말지 고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원님, 장화와 홍련, 귀가 얇은게 강조된 배좌수, 이복동생 장쇠를 조종하는 계모 허씨.
웅진주니어의 재미만만 우리고전 <장화홍련전>에서는
새로 부임해온 원님이 홍련의 귀신을 마주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보통 다른 장화홍련전은 배 좌수 부부에게서
장화홍련이 태어나는 것이 먼저 나오기 마련인데
독자의 몰입을 위함이었는지 첫 장면부터 살짝 긴장하고 보게 되었다.
장화홍련의 친모가 병으로 죽고 계모 허씨가 새로 들어와서
자매에게 온갖 트집과 구박을 일삼는 장면이다.
장화홍련이 뭘 해도 계모 손 안에 있다는 것이 그림에서 확 느껴진다.
너무 억울하게 죽음을 맞는 장화와 홍련이의 이야기에 나도 섬뜩, 아이도 섬뜩.
게다가 고전에서는 좀 더 수위가 높기 때문에 장화홍련 같은 경우
아이에 따라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엄마가 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다.
이 책은 그나마 순화되어서 나온 것 같은데 '낙태'라는 낱말이 그대로 사용된다.
그리고 물에 빠져 장화홍련이 귀신이 되는 장면이라던가
배좌수가 허씨에게 속아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장면은 으스스한 느낌이 있다.
책의 후반에 원님이 장화홍련의 원혼을 풀어주고
장화홍련은 배 좌수의 세번째 처인 윤씨에게 새로운 쌍둥이 자매로 환생하게 된다.
배 좌수가 귀도 얇고 자매의 불행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한 첫 번째 잘못이 있지만
워낙 장화홍련이 아비를 사랑하다 보니 원님에게 제발 벌하지 말아달라 해서
계모 허씨와 이복동생 장쇠만 벌을 받는다.
내가 장화홍련전을 어른이 되어 읽었더니 내용이 얼마나 화가 나던지.
배 좌수가 제일 밉다. -_-;;;;
자신만만 우리고전 책마다 들어있는 작품해설 페이지는
<장화홍련전>이 왜 고전으로 손꼽혀서 읽히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요즘 시대에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자매의 운명이지만,
조선 시대 당시에는 이러한 상황이 너무나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자매의 효심과 우애가 귀감이 된다는 점은 요즘의 아이들에게 잘 설명해줘야 할 듯 하다.
<더 생각해 보기>를 읽어보면 장화홍련전은 수십 편의 다른 내용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마침 도서관을 간 터라 같은 이름으로 나온 고전 두 권을 더 빌려 보았다.
세 권 모두 내용이 정말 차이가 있었다.
묘사의 정도라던가 중점을 둔 이야기 부분, 이야기 배치의 순서 정도가 조금씩 다르다.
물론 출판사 별로 그림의 분위기가 매우 다르며, 적정 독서연령에 차이를 느꼈다.
아이도 나도 3권을 모두 다 읽어 보았지만 초등 3,4학년 이상이 처음 고전을 접한다면
웅진주니어 재미만만 우리고전의 <장화홍련전>이 가장 적절하다고 우리 둘 다 생각했다.
장화홍련전이 워낙 충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극의 정도라던가 이야기의 흐름이 가장 부드럽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