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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하니포터 7기 서평]
『단 한 사람』(최진영) 가제본 서평단
하니포터 7기 모두에게 발송된 『단 한 사람』 가제본이다. 『구의 증명』으로 이미 저명하신 최진영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그 책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아름다움에 놀랐던 기억이 있기에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소설은 독특한 내용의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숲 속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들의 대화이다. 멀리 떨어진 이 나무들은 키 큰 나무 아래 가려서 아주 크게 자라지 못한다. 그리고 서로 더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다. 나무끼리 가깝다는 것은 영양소를 얻기 위해 그만큼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곧이어 자연을 파괴하고 나무를 무참히 베는 사람들을 마주한다. 나무들이 본 그 모습은 잔인했다. 나무가 수명이 다 하더라도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허나, 인공적으로 베어지고 쓰러지는 나무의 모습은 비극적인 ‘끝’이었다.
“세월에 순응해 쓰러지거나 비바람에 뿌리째 뽑히거나 속부터 썩어 마침내 부러지는 나무는 숱했다. 쓰러지고 뽑힌 뒤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서 숲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이별이 아니었다. 그루터기만 남기고 줄기는 통째로 사라져 버리는 기괴한 죽음은 300년이 몇 번씩 거듭되는 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숲에서 보고 들은 죽음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므로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이별 또한 아니었다. 훼손이었다. 파괴였다. 폭발이자 비극이었다.”
흥미로운 프롤로그 뒤에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7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장미수와 신복일, 그리고 그들에게 5명의 자식 일화, 월화, 금화, 목화, 목수가 있다. 이름도 특이하고, 인물들의 개성도 뚜렷하여서 매력 있었다.
‘단 한 사람’만을 구할 수 있는 꿈으로 이어지는 3대의 인물들 임천자 - 장미수 - 목화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하지만 더 관심이 갔던 건 이 꿈에서 도출되는 ‘죽음관’이다.
“교통사고는 흔했고 죽음은 무작위였다. 하지만 각자의 죽음은 고유했다. 세상에 단 한 명인 존재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생을 멈췄다. 목화는 자기가 아직 살아 있음을 의심했다. 버스나 자동차를 수천 번 탔을 것이다. 매일 길거리를 걸었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사고를 겪지 않았다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죽는데 어째서 나는 살아 있지? 수많은 죽음 앞에서는 살아 있음 자체가 비정상이었다.”
사실 이 ‘꿈’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세계에서 살아 있다는 건 정말 기적일 지도 모르겠다. 매일같이 해를 입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위화감이 들기도 한다.
두려워하는 것을 꼽는다면, 일상에서 오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평소와 같은 나날에서, 신경 쓸 수 없는 아주 작은 단 하나의 변수가 이끄는 결과는 매우 처참하기도 하다. 수많은 불운이 겹쳐 해를 입는다면, 수많은 행운 덕분에 숨을 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제본을 읽고 궁금해진 건 크게 세가지였다.
1.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자연과 나무는 어떤 것을 설명하려는 매개체인가
2. ‘단 한 사람’은 결말에 이르러 누가 될까
3. 금화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책의 남은 부분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 다른 문장들
“우리 사이가 조금이라도 가까웠다면...... 좋았을까?” - “둘 중 하나는 죽었을 거야.”
비슷한 일상에 큰 불만은 없었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그보다 훨씬 재미있고 찬란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밤마다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꿈은 언제나 현실을 뛰어넘었다. ??? 꿈을 꾸고 나면 일상에서 얻는 교훈이나 감동은 거짓말 같았다. 어차피 거짓말로 글을 써야 한다면 진짜 거짓말을 쓰자고 월화는 생각했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어른들은 “너무 멀리 가지 마”라고 했다. 그럴수록 금화는 더 멀리 가고 싶었다. 아주 멀리까지 가서 사람들이 마침내 자기를 그리워하게끔, 자기를 먼저 찾게끔 만들고 싶었다. 엄마는, 사람들은 멀리 가지 말라는 말로 금화를 외롭게 두었다.
지켜보는 수 많은 눈. 무엇도 인간을 돕지 않았다.
금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죄책감이 고였다. 가족들은 저마다 죄책감을 껴안고 살았다.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이렇게 했다면. 가능했을 일을 헤아릴수록 죄책감도 커졌다.
어떤 추측에도 희망은 없었다. 소문은 죽음보다 잔인했다.
사실은 너무나 간단했다. 사실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
느닷없는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 눈 깜빡할 사이에 생사가 갈리는 일.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