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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 돌봄과 상실, 부모의 나이듦에 관하여
폴커 키츠 지음, 윤진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 본 리뷰는 도서 출판 김영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
<폴커키츠>
작가 폴커 키츠는 퀼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뉴욕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심리 에세이스트이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당신에게 끝까지 다정하기로 했다>라는 책을 쓰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점점 기억이 흐려지는 아버지를 돌보며
느끼는 감정들을 들여다보며 심리학을 전공한 학자답게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을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잘 표현해 준다.
작가에게 글쓰기란 잘 대처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즉 아버지를 올바르게 대하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표현했다.
치매 아버지를 돌보면서 치매를 생각할 때 아버지 걱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누군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나 그런 일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날 때 자기
자신에게도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고 남은 한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면 그 돌봄의 몫은 오롯이
자식에게 돌아간다.
작가의 아버지도 두 아들의 돌봄을 받게 되었고, 버티고 버티다 요양원에 가게 된다.
그 두 아들은 차마 요양원을 요양원이라 부르지 못하고 레지던스라 부르게 된다.
치매는 완치할 수 없는 진행성 질병이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만, 그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끝내는 그렇게 사랑했던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돌봄이라는 어려운 숙제는 자식들의 몫이 되고야 마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작가라는 특성상 아버지를 돌보기에 조금은 수월한 환경이기도 했고
가까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진정 최선이었는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여서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더욱 길게 남는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지는데 돌봄만 받아오던 자식들이 나이 든 부모를 돌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이제 온 세계적으로 치매라는 질병은 한 가정에서 끝낼 수 없는 문제라고 여겨 사회적으로 많은 지원들과 혜택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양원에
부모를 맡긴다는 죄책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부분도 다루어져 있어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그야말로 사전에 많이 생각해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또 실감하게
되었다.
본문 중에
"어머니와의 마지막 포옹에서, 그것이 마지막인지 몰랐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다툼에서, 그것이 마지막인지 몰랐고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그것이 마지막인지 몰랐다."
라는 부분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마지막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처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작가의 아버지도 베를린에 도착한 지 445일째 되는 날에, 아버지에 관해
오직 과거형으로만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의 집에서 아버지의 흔적과 시간을 돌아보던 중에 수없이 많이 적어 둔 메모들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는 그저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활동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은 착각이었으며, 홀아비로 지내던 18년의 세월이 한없이 외로웠다는 것을
아버지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 메모들을 잠깐 소개하자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멋지게 장식했다. 아내가 이 트리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혼자고, 너희는 그렇지 않다.
-아내가 많이 그립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자리에서 나는 슬퍼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뿐이다.
-내가 우리 모임에서 첫 번째로 홀아비가 되었다.
혼자가 된 이후 자식들이 있어도 외로움은 그저 아버지 혼자의 몫이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우리는 누가 돌봐주나?"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해보기도
한다.
우리는 서로 친구 놀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공감하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고통받을 때 함께 고통을 느끼고 우리를 위해 애쓰는 사람.
어쩌면 우리 삶의 과제이자 노후 대비는 그런 존재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녀, 파트너, 이웃, 또는 이름조차 모르는 낯선 사람 등, 그 존재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이든 상관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존재가 미래에는 인간이 아닌 로봇일 수도 있다고.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나에겐 아직 파트너도, 두 자녀도 있지만 그들 외에 나와 친구 놀이를 기꺼이 해 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하며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게 되었다.
글쎄…. 열 손가락을 채우기도 힘들 거라는 생각에 나의 노후가 쓸쓸하게 다가왔다.
지혜롭고 귀여운 할머니로 살다가 고요하고 평안하게 눈을 감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나에게 끝까지 다정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내게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