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나의 1년 2025-2026 - 질문에 답하며 기록하는 지난 1년, 다가올 1년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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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나의 1년』은 지난 1년을 돌아보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며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에세이가 완성되는 책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오늘 날짜를 적어 넣고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단지 날짜를 적었을 뿐인데, 평범하게 지나갈 줄 알았던 ‘오늘’이 내 마음속에 깊이 남는 특별한 하루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어지는 페이지에서는 나의 1년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보게 된다. 스쳐 지나갔던 일들이 글과 선으로 시각화되니, 생각보다 더 풍성했던 한 해가 드러난다. 그 안에 숨어 있던 고민도, 행복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좋았던 순간은 다시 한번 기쁨으로 떠오르고, 힘들거나 이루지 못했던 일들은 ‘실패’라는 이름 대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배웠을까?” 하고 성찰하게 한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구체적인 질문들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이 이 질문들을 통해 정확한 감정으로 다시 떠오르고, 덕분에 1년을 더 깊고 선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

내년을 계획하는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내년 12월 31일,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보는 것이었다. 단순히 목표를 적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이루어낸 나의 모습을 미리 한 번 살아보는 것.
이 상상만으로도 앞으로의 1년을 향한 의지가 훨씬 더 단단해진다.

『자문자답 나의 1년』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올해의 나를 부드럽게 정리하고, 새로운 1년을 차분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명상 테라피 같은 책이다.

올해를 잘 보내는 법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1년도 잘 맞이하게 될 것이다. 조용히, 또는 특별하게 나의 1년을 채우고 싶은 사람에게 따뜻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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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황제
오션 브엉 지음, 김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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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철교 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소년을 막아 자신의 집으로 들인 여인. 베트남 출신 소년 ‘하이’와 치매를 앓는 노년 여성 ‘그라자나’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다음 날 그라자나는 하이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하이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의 특별한 동거가 이어지고, 지원금이 끊기자 하이는 사촌 소니가 일하는 음식점 ‘홈마켓’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이후 하이, 그라자나, 그리고 홈마켓 식구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차츰 펼쳐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스레 떠올랐던 질문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였다. 혈연으로 묶인 가족과 선택적 가족 사이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라자나는 늘 아들과 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하이는 그 인물들이 그라자나의 기억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들이 실존 인물임을 알게 되고 초대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그라자나는 아들과 손자들에게서 큰 수치심을 느낀다. 그 순간 곁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보듬어주는 사람은 하이였다. 온기를 나누는 관계, 상처를 껴안아주는 마음… 진정한 가족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홈마켓의 직원들은 모두 각박한 현실 속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고되고 거칠지만, 오션 브엉의 시적인 문장들이 중간중간 깜짝 선물처럼 등장한다. 덕분에 그들이 추구하는 작은 희망과 삶의 목적이 더 또렷하게 다가오고, 삶의 절벽에서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들의 존엄함을 발견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제목 속 ‘기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하이와 그라자나처럼 상실과 가난, 외로움, 트라우마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은 화려한 감정이 아니다. 그저 삶을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힘이다. 문득 정신이 또렷해지는 순간마다 하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던 그라자나, 고통의 밤을 놓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키던 하이, 말은 없지만 위기마다 함께하는 사촌 소니….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작고 사소한 기쁨들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한다.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게 분명한 것 같다.
우리 삶을 움직이는 힘은 슬픔이나 분노가 아니라, 작지만 꾸준하게 스며드는 기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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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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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야기가 인공지능의 시선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브39는 사람의 표정이나 감정을 평가할 때 숫자 퍼센트로 표현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 안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기계가 ‘굴욕’이나 ‘의문’, ‘두려움’을 느낀다는 설정은 현대 인공지능의 발전 흐름과 겹치면서 묘하게 섬뜩한 현실감을 준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감정적으로 섬세한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면, 외로운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덜 외롭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교차한다.

『등장인물 연구 일지』는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다. 심리, 미스터리, 그리고 철학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연구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말 같지 않은 말속에 숨어 있는 진심, 그리고 때로는 비논리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마음의 흔들림까지…

이브39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해석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도 함께 질문하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말한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짜에 가까운 것,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걸.

인공지능의 시선을 통해 인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SF와 미스터리의 재미를 갖추면서도, 읽고 난 뒤엔 묵직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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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소년
카를 올스베르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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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누엘은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을 앓으며 인공지능 휠체어 마빈의 도움을 받아 생활한다. 마빈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마누엘의 간병인이자 친구로서 모든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다.

어느 날, 침대 밖 세상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던 마누엘은 인간의 두뇌를 기계에 스캔하여 가상 공간에 영원히 존재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기술을 추진하는 이는 헤닝 야스퍼스. 마누엘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하지만, 검사를 받기 위해 누나 율리아와 병원을 찾던 중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납치를 당하고 만다.

과연 마누엘은 가상공간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혹은 그 영생은 또 다른 형태의 감옥이 되어버릴까?

작품 속 미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술 발전과 맞닿아 있다. 생활 속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 필요한 물건을 주문해 주는 시스템, 드론이 경비를 서는 사회 등은 SF라기보다 곧 도래할 현실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공지능 휠체어 마빈이 마누엘의 대소변을 처리하고 샤워를 도와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가까운 가족이 해줄 때 느껴지는 수치심과 미안함을 덜어주는 기술, 그리고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장치로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마누엘과 누나 율리아의 시선을 교대로 따라간다. 아픈 동생을 바라보는 율리아의 따뜻한 마음은, 차갑고 이성적인 인공지능 세계와 대비되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기술이 인간의 의식을 넘보는 시대, 마누엘의 생명을 둘러싸고 개인과 기업, 과학자들의 욕망이 부딪힌다. 인간을 위한 기술인가, 기술을 위한 인간인가. 이 소설은 그 질문을 집요하게 묻는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마누엘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가족이다. 기계가 아무리 정교해지고, 감정까지 흉내 내더라도 사람의 마음만큼은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품은 끝내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존엄성과 감정은 여전히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

이 소설이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은 삶을 돕는 도구일 뿐,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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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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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을주는 딸기 농장을 이어받으라는 이모부의 성화에 고향으로 내려와 농장을 운영하게 된다. 키우는 개 오복이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던 어느 날, 옥녀산 아래 삼층집에 사는 둘희를 만나고,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둘희는 ‘욕받이 방송’이라는 인터넷 방송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데, 을주는 점점 둘희에게 끌리게 되고 결국 둘희의 방송에 직접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을주의 출연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예상보다 더 깊어지고 예민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둘희에게는 이미 연인 기연이 있었고, 둘희는 을주와 기연 사이에서 점점 더 큰 갈등을 겪게 된다. 세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서로에게 흔적을 남긴다.

특히 ‘욕받이 방송’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은 누군가에게는 생계 수단이 되고, 누군가는 익명의 뒤에 숨어 타인을 마구잡이로 몰아세우는 장면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비추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동성애 설정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독자도 있겠지만, 소설은 성적 지향의 문제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의 감정에 집중하게 만든다. ‘사랑한다’라는 단어로는 담을 수 없는 열망, 집착, 상처, 미련, 죄책감이 파도처럼 서로에게 밀려왔다가 부서지고, 다시 이어진다.

읽다 보면 인물의 감정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발목을 스치는 것처럼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감정의 결이 직접 닿는 듯한 기분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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