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의 소년
카를 올스베르크 지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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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주인공 마누엘은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을 앓으며 인공지능 휠체어 마빈의 도움을 받아 생활한다. 마빈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마누엘의 간병인이자 친구로서 모든 시간을 함께하는 존재다.

어느 날, 침대 밖 세상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던 마누엘은 인간의 두뇌를 기계에 스캔하여 가상 공간에 영원히 존재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기술을 추진하는 이는 헤닝 야스퍼스. 마누엘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하지만, 검사를 받기 위해 누나 율리아와 병원을 찾던 중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납치를 당하고 만다.

과연 마누엘은 가상공간에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혹은 그 영생은 또 다른 형태의 감옥이 되어버릴까?

작품 속 미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술 발전과 맞닿아 있다. 생활 속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해 필요한 물건을 주문해 주는 시스템, 드론이 경비를 서는 사회 등은 SF라기보다 곧 도래할 현실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공지능 휠체어 마빈이 마누엘의 대소변을 처리하고 샤워를 도와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가까운 가족이 해줄 때 느껴지는 수치심과 미안함을 덜어주는 기술, 그리고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장치로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마누엘과 누나 율리아의 시선을 교대로 따라간다. 아픈 동생을 바라보는 율리아의 따뜻한 마음은, 차갑고 이성적인 인공지능 세계와 대비되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온다. 기술이 인간의 의식을 넘보는 시대, 마누엘의 생명을 둘러싸고 개인과 기업, 과학자들의 욕망이 부딪힌다. 인간을 위한 기술인가, 기술을 위한 인간인가. 이 소설은 그 질문을 집요하게 묻는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마누엘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가족이다. 기계가 아무리 정교해지고, 감정까지 흉내 내더라도 사람의 마음만큼은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작품은 끝내 보여준다.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존엄성과 감정은 여전히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

이 소설이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은 삶을 돕는 도구일 뿐,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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