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467호 2016.08.27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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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주 시사인 표지 잘 뽑았네요. 이쁘기도 하거니와 의미상으로도 잘 들어 맞구요. 이번 커버스토리 내용은 나무위키 데이터분석을 근거로 실제로 남성들 머리 속에 작동하고 있는 것은 `공포`혹은 `권력관계를 흔드는 일의 못마땅함`이라는 사실을 까발린 것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일관성 있는 방식으로 근거를 수집한 것 같고 논리적 전개도 깔끔합니다.

사실 저는 꽤 오래전부터 여혐문제와 남성들 개개인이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의 부작용, 유교식으로 말하자면 입신의 욕망이라 해도 좋구요, 비슷한 매뉴로 자존감을 획득하는 잘못된 방식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마침 강남역 사건과 메갈티 사태가 연이어 터졌고 인터넷 커뮤니티들과 오프라인에서, ˝메갈러 비판하고 싶으면 혐오발언 자꾸 퍼다나르지 말고 왜 메갈러라는 이유로 직업적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지에 관해 말해라˝, ˝그정도로 메갈러가 나쁘다는 얘기를 반복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다. 왜 나쁜지를 얘기해라˝고 말하고 다니다가 욕이란 욕은 다 먹었더랬습니다. 그러던 차에 시사인 기사를 보니 통쾌한 기분도 들고 그들의 참신한 접근 방법에 신기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실 저는 요런식의 방법이 취향은 아닙니다. 이게 뭐랄까 약간 궁예질하는 느낌이 있어요. 결국 데이터를 근거로 남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인과관계가 느슨해요.

저는 이런 문제를 보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게 힘을 행사하는 쪽과 행사 당하는 쪽이 과연 어디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윤리적 의무를 지는 쪽은 일단 힘을 행사한 쪽이어야 합니다. 메갈티 사건에서 힘을 행사한 쪽이 보이콧한 사람들인지 메갈티를 산 성우인지는 자명하죠. 그런데 힘을 행사하는 쪽이 자신들의 윤리적 의무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즉 자신들의 행동에 당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살펴보면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메갈은 남혐이고 나쁘니까˝만 원숭이처럼 반복하고 있어요. 평소에 페미니즘에 관해 별 생각 안하고 살고있는, 마초 중에 상마초에 속하는 제가 봐도 이건 도저히 편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자꾸 더 심한 남혐자료를 들고 와서 봐라 이렇게 나쁜년들 아니냐고 할 게 아니라 ˝왜 메갈티를 사는 행동이 한 명의 노동자를 자신의 필드에서 강제로(사실상 영영) 밀어내야 할 정도로 나쁜지˝룰 설명해야죠. 사실상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갈러 대신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가진 다른 누군가를 그 자리에 대입해보면 쉽게 견적이 나오는 사안이에요. 이렇게 당연한 질문들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때는 다른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이때부터 궁예질을 당해야죠. 참 젠더 감수성도 문제지만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영세한 의식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연대를 해도 모자랄 판에...누구 말마따나 곧휴 달리신 분들은 좀 반성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곧휴가 달려있지만 제대로 잘 작동하지도 않고? 당분간 작동시킬 일도 없어 반성하지 않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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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6-10-2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아무래도 약자,라는 게 동의가 안 되서-우선 동의하고 시작하라,가 있는 것 같은-_-;;;- 지금의 페미니즘 논쟁이 생경한 페미니스트인데, 제가 약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이유가 `엄마`라는 것 때문이라서, 내가 `엄마`라서 약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과 저 남자들이 펄펄 뛰는 이유에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닌가, 라면서 동아시아 교육의 억압성으로 생각이 튀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