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둘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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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든 동물이든 작은 점에서 시작해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 몸뚱이가 때로는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고통이 찾아오면 제발 이 고통이 없었졌으면 한다.

하지만, 정말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날이 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나는(I am) 비둘기는 나는(Fly) 비둘기가 된다. 새가 처음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나는 모습은 참 경이롭고 아름답다. 원래 날 수 있었다가 날지 못하게 된 비둘기가 나는 모습은 처연하고 불쌍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비둘기 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우리 모두의 삶은 저마다 고통스럽지만 때로는 저마다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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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산동 문지아이들
유은실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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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님 새 책을 만났다. 동화나 청소년 소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책이었다. 그림까지 그리신 것은 아니고 그림은 다른 작가다. 이름도 낯익다.

선생이 되고 한 해가 지나 두번째 아이들을 만났을 때다. 학교에 소방차가 와서 뭔가 시범을 보였을 때다. 그걸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촌놈들이네."라고 했다. 나도 시골에서 자랐으니 너희들과 나는 같은 촌놈이야,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말에 기분이 나빴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그림책 앞부분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학교에서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떨까?'라고 묻는 시험문제에 주인공 은이는 1번. 매우 편리하다 라고 답했다. 그러나 답은 3번. 시끄러워 살기가 나쁘다였다.
은이는 문제가 잘못된것 같다. 집 가까이 공장이 있으니 일하다가 와서 밥도 주고, 다쳐도 어른들에게 금세 알릴 수 있는데 왜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나쁜 동네에 산다는 걸."
이 말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 아이들에게 "촌놈"이라고 했던 부끄러운 과거도 떠오른다. 무심코 뱉은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왜 몰랐을까?
한편으로는 참 따뜻하다. 나도 어릴 때 학교 끝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하시는 남의 밭에 갔다. 가면 일 하다가 먹으라고 밭 주인이 준 '보름달빵'을 먹을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돼지비계가 잔뜩 들어있는 김치찌개도 먹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디 그런가? 텅빈 집에 들어간다. 부모는 돈을 많이(?) 벌어 오는 대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다.
오늘 아이들과 학교 노동자 분들의 파업에 대해 이야기 나눌거다. 그 전에 이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그리고 노동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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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래 체인지! 라임 어린이 문학 26
신은경 지음, 유설화 그림 / 라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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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내가 아니고 싶은 날이 있다. 누군가와 싸웠을 때, 아플 때,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말이다. 진우에게 그런 날은 치과에 가야 하는 날. 그런데 우연히 잡은 바퀴벌레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게 강아지 토리와 진우 몸이 바뀐다. 진우가 바꿔달라고 했느냐고? 절대 그럴리가 없다. 전학 와서 친구가 없는 진우는 토리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토리를 사람으로 만들고 나니 우주의 질서 중 개 자리가 하나 없어지면서 그 자리에 진우가...

어찌 보면 동화나 영화에서는 너무 흔한 소재가 몸이 바뀌는 것이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있다.

진부한 소재는 없다. 진부한 표현만 있을 뿐. 소재는 낯익지만 원래대로 돌아오는 과정과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 주인공, 그러나 결국은 돌아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친구 사귀는 것이다. 자기 좋을 대로 하면서도 친구가 그걸 이해해주기 바라는데, 그런 친구들에게 권해주면 좋겠다.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는 인간이고 그 다음은 개라는 책 속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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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과 학습공동체 이야기 - 미래핵심역량을 키워주는
솔밭중학교 학습공동체 지음, 미래교육공감연구소 감수 / 테크빌교육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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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드라마를 보면 수술해야 하는 한 환자를 경우를 두고 여러 과 의사들이 모인다. 수술을 해야 하니 외과의사, 내부 장기를 다루니 내과의사, 마취를 해야 하니 마취과의사, 방사선과 의사 등. 이들이 모여서 하는 일은 한 사람을 살리는 행위이다. 너무 비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육도 사람을 살리는(?)일이다. 학생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 그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보면 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너무나도 분절되어 있다. 초등교육은 그나마 담임교사가 많은 수업을 한다. 하지만, 이 때도 교과를 통합해서 수업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더 힘든 형편일 것이다.

 책 서두에 나오지만 이렇게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이 교과융합 수업을 하기 위해서 혹은 학생들 교육의 발전적인 방향 모색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모여요."라는 말이다. 학교라는 집단은 자기 수업, 자기 반을 벗어나서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

 만나야 한다. 만나서 수다를 떨더라도 만나다 보면 발전적 방안이 모색된다. 어찌보면 이 책은 교과융합 수업의 방법을 이야기하기보다 만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업 사례 중 나는 공정무역에 대한 수업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초등교사인 나는 국어, 사회, 수학, 실과, 미술을 통합하여 회사를 설립하고 이익을 낸 후 그 이익을 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국어과의 경우 공정무역에 대한 글쓰기를 중심으로 했는데, 글쓰기 전에 아이들이 쉬운 내용이지만 동화를 우선 읽는 활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황선미가 쓴 [신 나게 자유롭게 뻥]이란 동화는 축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아이와 축구공을 만드는 노동에 시달리는 네팔 아이가 나온다. 글을 쓰는 행위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읽거나 듣기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에 공정무역 카페가 열리는 것은 노동교육과도 연관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수업을 하고 나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이들 마음 속에 잠재될 철학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프로젝트수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과간 협력이 어려운 중학교에서 이런 일을 이루어낸 것 자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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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솜씨 좋은 꼬마 공학자 유진 생각을 더하는 그림책
안느 빌스도르프 지음, 김수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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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가득 블록과 놀잇감, 공구로 어지럽혀놓고 뭔가 만들고 있는 아이에게

"치우면서 좀 놀아!"

라고 했더니 아이의 말이 걸작이었다.

"노는데 어떻게 치워?"

맞다. 치우면서, 정리하면서 놀라는 말은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구를 만지거나 뭔가 만들려고 하면 위험하다, 지저분하다며 말리곤한다. 그러면서 아이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한탄을 한다.

유진은 동생을 데리고 멀리 보이는 섬에 가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행에 옮긴다. 우리는 실패가 두려워,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아이에게 뭔가 시도해보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아이들에게 전동드릴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목공 수업을 한 적이 있다. 평소 수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아이가 그 시간에는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며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봤다. 아이의 재능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리 교육은 한 가지, 인지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꼬마 공학자 유진이 가보지 않은 섬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은 엉뚱하지만 자기 생각을 실행에 옮긴 실천력 덕분이다. 아이가 무언가 하려고 할 때 막기 보다는 응원해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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