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산동 문지아이들
유은실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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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님 새 책을 만났다. 동화나 청소년 소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림책이었다. 그림까지 그리신 것은 아니고 그림은 다른 작가다. 이름도 낯익다.

선생이 되고 한 해가 지나 두번째 아이들을 만났을 때다. 학교에 소방차가 와서 뭔가 시범을 보였을 때다. 그걸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무심코 "촌놈들이네."라고 했다. 나도 시골에서 자랐으니 너희들과 나는 같은 촌놈이야,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말에 기분이 나빴단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그림책 앞부분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학교에서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떨까?'라고 묻는 시험문제에 주인공 은이는 1번. 매우 편리하다 라고 답했다. 그러나 답은 3번. 시끄러워 살기가 나쁘다였다.
은이는 문제가 잘못된것 같다. 집 가까이 공장이 있으니 일하다가 와서 밥도 주고, 다쳐도 어른들에게 금세 알릴 수 있는데 왜 나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기 전에는 몰랐다. 내가 나쁜 동네에 산다는 걸."
이 말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한다. 아이들에게 "촌놈"이라고 했던 부끄러운 과거도 떠오른다. 무심코 뱉은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왜 몰랐을까?
한편으로는 참 따뜻하다. 나도 어릴 때 학교 끝나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하시는 남의 밭에 갔다. 가면 일 하다가 먹으라고 밭 주인이 준 '보름달빵'을 먹을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돼지비계가 잔뜩 들어있는 김치찌개도 먹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디 그런가? 텅빈 집에 들어간다. 부모는 돈을 많이(?) 벌어 오는 대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다.
오늘 아이들과 학교 노동자 분들의 파업에 대해 이야기 나눌거다. 그 전에 이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그리고 노동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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